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가안보실 이문희 외교비서관을 교체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후임에는 이충면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장이 내정됐다. 김일범 전 대통령 의전비서관이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16~17일)을 엿새 앞두고 물러난 데 이어 4월 대통령 국빈 방미를 한 달 앞두고 외교비서관까지 교체된 것은 이례적이다. 대통령실은 “이 비서관이 지난 1년간 격무에 시달렸다”며 통상적 교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교체 인사를 결심할 중대 사안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실 주변에선 한미정상회담 이후 외교·안보 라인을 중심으로 한 개편이 대통령실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 대통령 방미 전에라도 대통령실 추가 인사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외무고시 30회 출신인 이문희 비서관은 윤 대통령 취임과 함께 작년 5월부터 외교비서관으로 일해왔다. 지난 16~17일 윤 대통령의 첫 일본 방문에도 동행해 한일 정상회담에 배석했다. 이 비서관은 4월 말로 예정된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state visit)과 5월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준비해왔다. 그런 와중에 의전이나 일정·행사 조율에서 실무·공식 방문보다 중요성이 큰 국빈 방미를 준비하던 주무 비서관이 갑자기 교체됐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국빈 방미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이 제안한 중요 일정이 대통령에게 제때 보고되지 않아 대통령실 내부적으로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국 측에서 윤 대통령 방미에 맞춰 문화 행사를 함께하는 방안을 제안했는데 윤 대통령에게 적기에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미국 측이 방미한 외교부 당국자에게 자기들이 제안한 중요 행사에 대해 대통령실의 확답이 오지 않아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고, 이달 초 대통령에 이런 내용이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결국 이 행사는 다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방미 일정 조율과 관련한 외교·안보 라인 관계자를 상대로 경위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측에서 1월에 관련 친전을 보냈고 한 자릿수 당국자가 열람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일범 의전비서관에 이어 이문희 외교비서관까지 물러나자 이 여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외교안보 라인 추가 개편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교체 필요성이 있다면 인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을 두고는 비서실과의 ‘정보’ 칸막이가 심하다는 지적이, 외교부는 대국민 정책 소통 노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해외 방문 전 고위급 점검회의 때 안보실이 보안을 이유로 일정이나 의제를 비서실과 잘 공유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내부적으로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외교부도 대통령 해외 방문 등과 관련해 외교·안보적 의미를 국민에게 알리는 데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고 했다. 외교부는 작년 부처별 업무 평가 때 정책 소통 분야에서 하위권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안보실 측에선 “상대가 있는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을 널리 공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서도 “대통령실과 소통·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