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사퇴했다. 다음 달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訪美) 관련 잡음이 일어 의전·외교 비서관이 연달아 사퇴한 가운데, 자신의 거취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정상회담을 꼭 한 달 앞두고 물러난 것이다.
김 실장은 이날 오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1년 전 대통령님으로부터 보직 제안을 받았을 때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며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이제 그러한 여건이 충족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실장은 윤 대통령과 대광초 동문으로 대선 때부터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했다. 지난해 5월 취임 후 재임 기간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복원, ‘원칙’있는 남북관계,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 등을 주도했다.
하지만 올해 윤석열 정부 최대 외교 이벤트로 꼽히는 한미 정상회담 관련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문화 행사 관련 보고가 누락되면서 잡음이 일었다. 미측이 방미를 계기로 한류스타 관련 프로그램을 제안했지만, 윤 대통령에게 적시에 전달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차질을 빚을 뻔 했다는 것이다. 미 영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가 제안해 한미가 K-팝 걸그룹인 ‘블랙핑크’와 미 팝스타 ‘레이디 가가’ 간 협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 실장이 자진 사퇴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의 문책성 인사라는 얘기도 나온다.
김 실장은 “향후 예정된 대통령님의 미국 국빈 방문 준비도 잘 진행되고 있어서 새로운 후임자가 오더라도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며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대학에 복귀한 후에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이전까지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다. 일각에선 이날 김 실장 사퇴를 계기로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조태용 주미대사 등 외교·안보 요직 수장들의 연쇄적 이동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