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지난달 중순 야전 소대장 등 초급장교의 70%를 차지하는 학군장교(ROTC)의 복무 기간 단축 방안 등에 대한 연구 용역을 한국국방연구원에 의뢰했다고 2일 밝혔다. 인구 감소, 병사 복무 기간 단축·월급 인상 등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커져 ROTC 지원율이 급감해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아직 ROC 복무 기간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기간 조정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연구 의뢰 자체가 사실상 ROTC 복무 단축 방침으로 기울어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현재 ROTC의 복무 기간은 육군 기준 28개월로 일반 병사보다 10개월 길다. 4개월가량 단축할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ROTC중앙회 등 예비역들 사이에선 10개월 단축설까지 돌고 있다.

ROTC 지원율은 매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ROTC 지원율은 2.39대1로, 약 10년 전인 2014년 6.1대1에 비해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요 원인으로는 급여 등 처우 문제와 군 복무 기간 단축이 꼽힌다. 지난 2001년과 지난해 월급을 비교해보면 장교는 3.1배, 부사관은 3.5배가 올랐지만, 병사는 34배가 늘어났다. 내년이면 병장 월급은 165만원이 된다. 현재 소위 1호봉 월급 178만원과 큰 차이가 없어진다. 이 같은 상대적 처우 악화로 ROTC를 중도 포기하고 일반병으로 입대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초급 장교의 핵심 공급원인 ROTC의 지원율 감소와 함께 ROTC 복무 기간 단축안까지 추진되면서 군의 중추인 초급 간부 체계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무 숙련도가 약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ROTC뿐 아니라 육·해·공사 자퇴율도 증가하는 추세다. 부사관 지원도 줄어 중사는 3000명, 하사는 8000명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직 국방부 정책실장은 “정치권의 포퓰리즘 성격 정책으로 병사 복무 기간은 줄고 월급은 인상된 측면이 있다”면서 “이제는 간부 지원율 하락이라는 포퓰리즘 정책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장교 복무 기간까지 줄이는 추가 포퓰리즘 정책이 뒤잇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