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1일(현지 시각) 미국의 한국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과 관련해 “이 문제는 많은 부분에 제3자가 개입돼 있으며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달 말 국빈 방문 사전 준비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김 차장은 이날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 차장은 ‘김성한 전 안보실장 등과 관련된 기밀 문서상 대화가 조작됐다는 의미냐’는 물음에는 “어제 제가 한마디로 (말) 했고 거기에 모든 것이 다 함축돼 있다”고 했다. 김 차장은 전날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 “(유출된 문서는) 누군가가 위조를 한 것”이라고 했었다. 이날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도 유출 문건에 등장하는 자국 관련 내용에 대해 “근거 없는 거짓”이라며 부인하고 나섰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우리는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한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미군 수장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개 입장을 낸 것은 처음이다. 오스틴 장관은 “지난 6일 오전 민감한 기밀 자료의 무단 유출에 대한 보고를 처음 받았다”며 “(유출) 출처와 범위를 찾을 때까지 모든 조사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빌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국방부와 법무부가 매우 강도 높은 조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여야는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도청 파문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국가 안보에 대형 구멍이 뚫렸는데 대통령실은 불법 도청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도 모자랄 판에 ‘위조됐다’ ‘악의를 갖고 감청한 정황이 없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은 “(유출 문서에는) 북한이나 중국에 대해선 내용이 없는데 결국 미 우방국 등 자유민주주의 연대에 혼란을 주려는 사안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무소속 김홍걸 의원이 ‘우리 정부에 어느 나라든 도청을 시도한다는 것은 국익과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는 것은 인정하느냐’고 묻자 “도청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미국은 이 문제를 심각성을 가지고 보고 있고 우리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전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며 “당당하게 동맹국으로서 책임과 의무, 권리를 다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