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장관(왼쪽)과 박진 외교부 장관이 15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사찰음식을 먹으며 오찬을 하고 있다.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은 14~15일 한국을 방문한 캐나다·독일·프랑스 외교장관과 잇따라 만났다. 다음달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국(G7)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른바 ‘G7 외교’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올해 G7에 우리나라가 초청된 것을 계기로 정식 가입까지는 아니더라도 ‘세계 8강’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장관은 15일 오전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한국과 캐나다는 올해로 수교 60주년인데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캐나다 방문을 계기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양국은 이날 회담을 게기로 ‘한·캐나다 정보보호협정 협상 개시’를 공식 발표했는데 “협정을 통해 방산협력 확대를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양국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마련돼 있지만, 별도의 계약을 체결해 정보 교환 대상에 민간 계약자까지 포함할 계획이다.

박 장관은 지난 9월 양국이 합의한 ‘한·캐나다 2+2 고위급 경제안보대화’ 관련 “경제안보 이슈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발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세계적 광물 생산국인 캐나다와의 핵심광물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졸리 장관은 이날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 정부 용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관계 개선 노력이 북태평양 및 더 넓은 지역에서의 평화·안정·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캐나다는 지난달 우리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제3자 변제’를 공식화하자 가장 먼저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냈고, 최근에는 한·미·일과 캐나다 4자 간 새로운 협의체 구성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양 장관은 회담 후 은평구 진관사를 방문해 한국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사찰음식으로 오찬을 가졌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아날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장관이 15일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박 장관은 오후에는 아날레나 배어복 독일 외교장관과 ‘제3차 한·독일 외교장관 전략대화’를 가졌다. 박 장관은 “독일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오랜 우방이자 유럽 내 우리의 최대 교역상대국”이라며 “양국 간 교류가 개시된지 140년(1886년 우호통상조약 체결)이 되는 올해 양국 협력을 심화·확대시키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했다. 양국은 이날 경제안보, 한반도 및 주요 지역 정세 등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박 장관은 14일에는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과도 ‘제4차 한·프랑스 전략대화’를 가졌다. 양국은 “원자력과 신재생 에너지, 디지털 기술, 항공, 저탄소 이동수단 등 구체적 협력 사업을 통해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해나가자”고 했다. 특히 프랑스는 전날 북한이 발사 성공을 주장한 신형 고체 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해 “국제사회의 단호하고 단합된 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으며 앞으로도 이를 인정받을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장관이 이틀간 만난 캐나다·독일·프랑스 외교장관 모두 일본에서 열린 G7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찾았다. 다음달 윤석열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 주최국(일본)으로부터 초청 받은 가운데, 사전에 의제를 조율하는 성격이 크다. 또 최근 미국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G7에 한국을 포함시켜야한다”(앤서니 킴 연구위원)고 주장하는 등 외교가에서 ‘한국의 G8 확대 편입’ 관련 논의가 활발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외교부가 ‘G7 외교’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G8에 포함되면 국제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고, 한미동맹도 새로운 차원으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4일 오후 외교부 청사에서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