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감시, 정찰, 정보 분석 능력을 강화하고 초고성능·고위력 무기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남북 간에 핵이 동원되는 전쟁이 벌어진다면 동북아 전체가 잿더미로 변하는 일이 될 것이고 이를 막아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확장 억제(핵우산)뿐 아니라 한국군 전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초고성능·고위력 무기’는 평양 주석궁 등을 초토화할 수 있는 현무-5(V) 미사일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한미 간 확장 억제 강화와 관련해 “강력한 핵 공격 대응 차원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이상의 강력한 대응이 준비돼야 한다”고 했다. 오는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군이 미국의 핵우산 전력 운용의 계획 단계부터 참여하고 한미 양국군이 공동 연습을 하는 ‘한국식 핵 공유’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해 “(러시아에 의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학살, 중대한 전쟁법 위반 등 국제사회가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인도적·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용 무기 지원에 거리를 둬온 한국 정부 입장에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무기 공급 시작은 특정 단계의 전쟁 개입을 간접적으로 뜻한다”고 했다.
◇尹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정부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이 전투기, 탱크, 포탄 같은 살상 무기를 대량 제공한 것과 달리 “지원은 비살상 물자에만 국한된다”는 입장을 1년 넘게 유지해 왔다.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등 외교적 부담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이 1년 넘게 장기화하면서 한국의 직접적인 무기 지원을 요구하는 압박이 커졌다. 우리 외교·안보 라인에서도 올해 들어 ‘한국도 6·25 전쟁 때 도움을 받아 구사일생해 자유·평화를 지켰는데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무언가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등) 전제가 있는 답변이었고, 지금 이 순간 정부 정책이 바뀌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윤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성의를 보인 것이고, 추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나 방산 수출 같은 실익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에 대해선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비판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문구다.
◇현무-5, 한발로 주석궁 초토화
윤 대통령이 이날 인터뷰에서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언급한 ‘초고성능 무기’는 전략무기인 현무-5 등을 언급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8~9t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는 북한에 대한 대량응징보복의 핵심 무기로 꼽힌다. 현무-5는 유사시 평양 주석궁을 비롯해 ‘김정은 벙커’를 단 1발로 초토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곧 시험발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보다 정밀하고 위력이 조금 더 크게 반격, 타격하는 3축 체계 능력을 개발해 왔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대통령이 답변한 것 같다”고 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이를 교란·파괴하고 선제공격까지 포함한 ‘킬 체인(Kill Chain)’ 등 3축 체계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북핵 위협에 한·일 다 공히 노출되고 있기 때문에 한·미·일 3자 협력이 필요하다”며 “다만 확장억제는 한미 간에 논의가 많이 진행돼 왔기 때문에 이것을 세팅하고 일본이 참여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3자가 진행하기에는 지금 한미 간에 진도가 많이 나갔기 때문에 한미 간 시스템을 먼저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실시한 남북 정상회담이 남북 간 신뢰 구축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정치적 목적의 ‘깜짝 회담’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선거가 임박해 남북 정상회담을 활용하고 결국 남북 관계가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일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남북 정상들이 만난 적이 있지만, 상당한 기간을 두고 단계를 밟아나가고 또 국민적인 지지를 받아가면서 물꼬를 텄다면 남북 관계가 거북이걸음이지만 꾸준하게 발전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