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문제 삼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9일 발언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우리 정부가 견지해온 대만 해협 관련 공식 입장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 우리 정부의 원칙 테두리 안에서 나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 이전에는 ‘대만해협’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입장 표명은 자제했다. 대신, 대만해협 등을 포함한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국제법에 따른다는 원론적 태도를 밝혀왔다. 2016년 9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우리는 그간 관련 합의와 비군사화 공약, 국제적으로 확립된 행동 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다”면서 “평화적이고 창의적인 외교 노력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만해협’이라는 문구가 정부 공식 입장에 담긴 것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다. 2021년 5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워싱턴 DC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공동성명에서 발표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이 언급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측이 중국의 대만해협 위협 상황을 고려해 우리 정부에 이전보다 진전된 입장 표명을 요청했고, 이것이 공동성명문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은 “대만 문제는 어떤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 “불장난하지 말아야 한다” 등과 같은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당시 청와대와 정부는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정상회담 후 “한미가 세계적 이슈를 논의하는 핵심 파트너가 됐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작년 12월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면서도 대만 문제와 관련,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표현을 넣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한 제2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때도 “국제적으로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가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전직 외교부 차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사회 보편적 원칙에 준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