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은 26일 워싱턴DC에서 진행될 한미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 외에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핵우산)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별도의 문건을 발표한다고 25일 밝혔다. 한국 대통령실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양국 정부가 논의해온 이른바 ‘한국식 핵 공유’ 구상이 구체화되는 것이다.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용산 대통령실 담당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확신하는 것은 한반도에 대한 한미동맹 약속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확장억제와 관련해 양국 정상 간 다양한 토론이 있을 것이고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혜 홍보수석도 현지 브리핑에서 “보다 진전된 확장 억제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한국을 겨냥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시 미군 핵전력을 동원해 응징·보복한다는 기조를 문서에 명시해 핵우산 실행력과 대북 억지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미 양국이 한반도 핵 위협 상황과 억제 방안에 대한 정보 공유를 확대하고, 미군 핵전력 운용과 관련한 기획·실행·연습도 공동으로 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커비 조정관은 한·일 관계 개선에 노력하는 윤 대통령의 지도력에 감사한다는 뜻을 밝혔다. 커비 조정관은 “(윤 대통령의 한일 관계 개선 노력은) 한일 양국 관계뿐 아니라 역내에서도 개선·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우리가 보고 있다”면서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일 3자 관계 강화해나가길 바라는 열망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커비 조정관은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동맹 국가로 (미국은) 매우 존중하고 귀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면서 “(그런 두 나라가) 관계를 개선하는 건 역내에도 좋은 일이고 전 세계에 선한 영향력 주는 것”이라고 했다.
커비 조정관은 한미 간 경제안보 협력과 관련, “반도체와 관련된 투자를 조율하는 것도 포함되고 어떤 경제적인 압박에 대해 중요 기술을 지켜내는 노력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윤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 반도체가 부족해질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이 그 부족분을 채우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커비 조정관은 “바이든 행정부와 윤석열 행정부는 함께 협력을 굉장히 심화해 왔다”며 “국가안보에 국한하지 않고 경제안보, 더 나아가서는 우리가 가진 첨단기술 보호에 있어서도 저희의 협력을 굉장히 강화했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통해 이런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 양국 간 공고한 협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물론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커비 조정관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및 반도체법 시행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불이익 우려가 제기되는 것과 관련, “미국에 투자한 많은 대한민국 기업이 IRA나 칩스법을 통해 많은 혜택을 받는다”며 “이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그리고 기타 반도체 관련 부분에서 2021년 이후 500억불 이상을 미국에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이어 “저희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다양한 우방과 동맹국들과 함께 이 일을 진행해 나가길 기대하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 관련 공급망의 회복력 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저희 우방과 함께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커비 조정관은 미 정보기관의 한국 국가안보실(NSC) 도·감청 논란에 대해선 “비공개 정보가 비승인된 방법으로 공개된 내용에 대해 말씀드릴 수 없고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형사 수사 외에 국방부에서 (이번 사태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주도면밀한 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 등 관련 국가들의 접촉을 통해 저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 사안에 대해 말했다”며 “앞으로도 계속해 적절한 범위 내에서 동맹과 우방국에 정보를 계속 제공할 것임을 의사소통한 바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