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5박 7일간의 국빈 방미 일정을 ‘세일즈 외교’로 시작했다. 24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 도착한 뒤 첫 공식 일정으로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의 테드 서랜도스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했고, 이튿날에는 수소·반도체·친환경 분야 미국 주요 기업인들이 참석한 투자신고식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대통령실은 “이틀 만에 총 44억달러(약 5조8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24일 워싱턴DC에 있는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서랜도스 대표 등 넷플릭스 임원들을 만났다. 윤 대통령은 공동 언론 발표에서 “서랜도스 대표가 앞으로 4년간 K콘텐츠에 25억달러(약 3조33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대한민국 콘텐츠 사업과 창작자, 넷플릭스 모두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접견은 사전에 공지되지 않았던 ‘깜짝 일정’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3개월 정도 준비하면서 (윤 대통령과 서랜도스 대표가) 편지도 주고받으면서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다”며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 수출 마케팅에 직접 나선 것도 넷플릭스 경영진의 마음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랜도스 대표는 “윤 대통령이 (저의 편지에) 따뜻하고 친절한 답장을 준 것에 대해 감사하고 싶다”고 했다.
이날 접견은 블레어하우스 야외 정원에서 이뤄졌다. 서랜도스 대표는 지난 1일 윤 대통령의 한국프로야구 개막전 시구를 봤다며 “정말 굉장했다”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이 당시 시구 연습 동영상을 보여주며 “40년 만의 투구였다”고 했다. 서랜도스 대표는 자신이 키우는 유기견 2마리 사진을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다음 날인 25일에도 한국 경제사절단과 함께 미국 주요 기업인들을 만났다. 워싱턴DC에서 열린 투자신고식에서는 6개 회사 CEO를 만나 19억달러(약 2조53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수소 분야 에어프로덕츠와 플러그파워, 반도체 분야 온세미콘덕터와 그린트위드, 탄소중립 분야 퓨어사이클테크놀로지와 EMP벨스타 등은 앞으로 첨단 산업과 관련된 생산시설을 한국에 건설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 간 공급망이나 첨단기술 협력 강화는 물론 에너지·산업구조의 친환경 전환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양국 주요 기업인들과 ‘첨단 기술 동맹’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반도체·전기차·배터리·AI(인공지능)·바이오 등 미래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한미 주요 기업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국상공회의소 등 민간 주도로 마련됐다. 윤 대통령은 “올해 7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은 군사·안보부터 공급망·첨단 과학기술 분야까지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욱 견고한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 새로운 70년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미 측에선 퀄컴, IBM,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반도체·IT·AI 기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또 청정에너지와 전기차 분야의 GE, GM, 테슬라를 비롯해 바이오 분야의 모더나와 바이오젠 CEO 등이 참석했다. 한국 측에선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첨단 산업 포럼에도 참석해 양국 기업인들 간 산업 협력 중요성을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첨단 산업, 에너지 협력과 관련해 미 상무부, 에너지부와 각각 공동성명을 채택할 예정이다. 산업부가 25일 주최하는 ‘한미 산업‧에너지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23건의 MOU가 체결되는 등 윤 대통령 순방 기간 수십 건의 기업, 기관 간 협력 MOU가 체결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