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잠수함 지휘관이 지난달 18일 태평양 괌 기지에서 작전 중인 미 오하이오 급(級) 전략핵잠수함인 SSBN 741 ‘메인(Maine)’함에 공동 승함한 사실이 4일 뒤늦게 확인됐다. 우리 군 잠수함 지휘관이 작전 중인 미 SSBN에 승함한 것은 처음이다. 한미일 3국 지휘관의 공동 승함 역시 처음이다.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에서 ‘핵우산(확장 억제)’ 강화 주요 방안으로 제시돼 이르면 이달 19~21일 주요 7국(G7) 정상회의에 맞춰 한반도에 전개될 첫 전략 핵잠수함의 주인공이 ‘메인함’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 국방부 국방영상정보배포서비스(DVIDS)에 따르면, 한국 해군 잠수함사령관 이수열 소장과 미 7잠수함전단장 릭 시프 준장,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함대사령관 타와라 타테키 중장은 지난달 18일 괌 미군 기지에서 ‘메인함’에 함께 승함했다. 이는 지난달 26일 한미 정상회담이 백악관에서 개최되기 8일 전이다. 정상회담에서 미 전략 핵잠수함을 정기적으로 한반도에 전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와 관련된 군사 활동이 물밑에서 진행돼온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시프 준장은 “이번 승함은 한국 및 일본과의 특별한 관계와 각 동맹에 대한 우리의 철통 같은 약속을 반영하는 것”이라며 “이 전략 핵잠수함은 미국 핵 억제력의 매우 효율적이고 안정적이며 결정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전략 핵잠수함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 등 미국의 핵 3축 가운데 가장 은밀한 자산으로 꼽힌다. 핵심 전략자산에 우리 군 지휘관과 함께 일측까지 공동 승함토록 한 것은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한미일 3국 공조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우리 군 관계자는 “우리 해군의 이번 괌 기지 방문은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능력 현장 확인, 잠수함부대 지휘관 간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문을 계기로 미국의 대한민국에 대한 확고한 안보 공약과 능력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미군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 전날인 지난달 26일 ‘메인함’이 보급을 위해 태평양 괌 기지에 입항한 사진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SSBN은 SSN(공격핵추진잠수함)과 함께 한반도 인근에 출동하는 미국의 주요 전략자산으로, SSBN의 위치가 공개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오하이오급 SSBN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용 저위력 전술핵탄두 ‘W76-2′가 탑재된다. 사거리 1만2000㎞ 이상의 SLBM인 ‘트라이던트-Ⅱ D5′에 W76-2가 장착된다. W76-2는 기존 W76(90kt)을 5~7kt 수준으로 줄인 저위력 핵탄두다.
앞서 메인함은 2020년 2월 W76-2가 탑재된 트라이던트-Ⅱ D5를 시험 발사한 바 있다. 트라이던트-Ⅱ D5는 1발만으로도 김정은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1호 청사 일대를 초토화할 위력을 갖고 있다. 오하이오급에는 최대 24발의 트라이던트 미사일이 장착 가능하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 선언’에는 확장억제력의 정례적 가시성 증대를 위한 수단으로 ‘전략 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이 명시됐다.
미측은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맞춰 전략 핵잠수함을 ‘핵무장(nuclear-armed)’ 상태로 부산 기지 등 한국 항구에 기항시킬 계획을 한국 당국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전략 핵잠수함이 한반도를 찾는 것은 1981년 3월 로버트 리(SSBN 601) 잠수함 이후 42년여 만이다.
오하이오급은 길이 170m, 폭 12.8m, 수중 배수량 1만8750t(톤)으로 미 잠수함 중 가장 크다. 미국은 오하이오급 14척을 이용해 태평양과 대서양에서 핵 억지 작전을 하고 있고, 이 중 8척을 태평양에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