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징용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 생존자 3명 중 1명이 정부 해법인 ‘제3자 변제’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전체 피해자 15명 중 10명이 찬성해 판결금을 수령한 데 이어 생존자 1명까지 해법 수용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그동안 야당과 시민 단체들은 생존 피해자 3명이 모두 반대한다는 점을 들어 정부 해법을 비판해 왔다.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징용 피해 생존자는 일본제철 피해자 이춘식씨,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김성주씨 등 3명이다. 이들은 지난 3월 정부가 징용 문제 해법으로 제3자 변제를 공식화하자 판결금 지급 실무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내용증명을 보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제3자 변제는 재단이 포스코 등 한일 청구권 협정의 수혜 기업 16곳에서 출연금을 받아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우리 대법원 판결을 아예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한일 관계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고육지책으로 들고나온 측면이 있다.
그런데 최근 생존자 중 1명이 2개월여 만에 입장을 바꿔 판결금을 수령할 의사를 내비쳤다. 지급이 실제로 이뤄지면 생존 피해자가 재단에서 판결금을 받는 첫 사례가 된다. 지급될 액수는 배상금에 지연 이자까지 합해 2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다만 외교 소식통은 “현재 구두로만 수용 의사를 표시한 상태고 판결금 지급까지 거쳐야 할 구체적인 절차들이 남아있다”고 했다. 또 일부 시민 단체가 이 생존자와 가족들에게 정부 해법을 수용하지 말라고 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전체 피해자 15명 중 10명이 찬성해 판결금을 수령한 데 이어 생존자 1명까지 해법 수용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정부안의 정당성도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이 문제에 좀 더 ‘성의’를 보여줄 경우 한국 내 여론도 좀 더 우호적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외교부는 정부 해법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생존자 2명과 유족 2명 등 나머지 피해자 4명에 대해서도 “직접 찾아뵙고 이해를 구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