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일 한국에 도착한 뒤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일본 현직 총리가 6·25전쟁 전사자뿐 아니라 독립운동가 등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현충원을 참배한 것은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낮 12시쯤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전용기에서 내린 기시다 총리는 장호진 외교부 1차관 등의 영접을 받았다. 이후 곧장 현충원으로 이동했다.

기시다 총리는 현충원으로 입장하다 멈춰 서 ‘국기에 대한 경례’ 구호에 맞춰 태극기를 향해 허리를 숙여 경례했다. 이어 현충탑으로 이동해 헌화하고 분향한 후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에 경례한 뒤 묵념했다. 기시다 총리는 방명록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대한민국 방문’이라고 영문으로 적힌 문구 아래에 서명했다. 참배에는 기하라 세이지 일본 관방부 장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 윤덕민 주일 한국 대사 등이 동행했다.

일본 총리의 국립현충원 참배는 1983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가 처음이었다. 이후 2006년 아베 신조 총리, 2009년 아소 다로 총리, 2011년 노다 요시히코 총리 등이 현충원을 찾았고, 2010년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서대문독립공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12년 만에 기시다 총리가 국립현충원 참배 일정을 잡은 것과 관련,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한 외국 정상이 이 묘지를 참배하는 것은 관례”라며 “기시다 총리로선 ‘셔틀 외교’를 재개한다는 자세를 한국 측에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도 같은 날 브리핑에서 “기시다 총리 방한은 셔틀 외교가 본격 가동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2011년 당시 노다 총리가 현충원을 찾은 것도 한일 정상이 정례적으로 상대국을 방문하는 셔틀 외교 차원에서 현충원을 참배한 것이었다. 외교 당국자는 “기시다 총리가 독립투사들이 영면해 있는 현충원을 참배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