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태도국의 인연은 1970년 날짜변경선 바로 왼쪽에 있는 인구 10만명의 통가와 수교를 맺으면서 시작됐다. 파푸아뉴기니를 제외하면 각 나라 인구가 100만명을 넘지 않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도 1만달러 안쪽인 소국(小國)들이 대부분이지만 면면이 흥미롭다.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현지에선 K팝·한국 드라마 등 한류 열풍이 상당하고, 6·25전쟁 이후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강의 기적’에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인구 4만2000명의 마셜제도는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한 방송사가 ‘한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 소개해 외교적 결례로 논란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개에 불과한 재외 상주공관 중 한 곳을 서울에 두고 있을 정도로 한국과의 관계에 대한 애정이 크다. 독일·일본의 지배를 받았고 제2차 세계대전의 주요 전장(戰場)이기도했던 이 나라의 ‘롤모델’이 한국인 셈이다. 1947년부터 미국의 신탁통치를 받다 1986년 독립국가가 된 마셜제도의 국가(國歌)는 고(故) 길옥윤씨가 작곡했다.

인구 1600명의 니우에는 쿠바·시리아·코소보 등과 더불어 한국의 몇 안 되는 미수교국가 중 하나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수교가 이루어지면 21세기 들어 한국이 처음으로 수교를 맺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1970년대에 피지의 전래 민요 ‘이사레이(Isa Lei)’를 가수 윤형주씨가 ‘우리들의 이야기’로 번안해 불렀는데 이번 회의 때 주요한 배경 음악으로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 출신인 시티베니 람부카 피지 총리는 1995년 8월 총리 신분으로 한국을 방문해 김영삼 대통령을 예방한 적이 있다. 당시 청와대 공보비서관이었던 박진 외교부 장관도 람부카 총리를 맞았는데, 이번 회의를 계기로 재회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바누아투는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 등장해 관광 명소로 인기를 끌었고, 날짜변경선 바로 왼쪽에 접한 통가·사모아는 ‘세계에서 해가 가장 빨리 뜨는 나라’로 유명하다. 키리바시는 국토가 부산 정도 크기지만 인도 영토보다도 큰 344만㎢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갖고 있다. 투발루 역시 국토 면적(약 26㎢)이 서울 마포구보다도 작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문제를 주도적으로 제기하며 국제 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1년 투발루 외교장관이 허벅지까지 찬 바닷물에서 수중 연설을 하며 존폐 기로에 선 섬나라 현실을 호소한 것이 화제가 됐다.

한-태도국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장인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가 3일 외교부 청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외교부

이번 회의에선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 G90을 의전 차량으로 제공한다. 기후변화가 주요 의제인 만큼 애초에 전기차도 고려했지만, 남태평양 인사들 체격이 커서 대형 세단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을 위해 회의 이틀 차인 30일 태도국 정상들의 부산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 1월 발족된 정상회의 준비기획단(단장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에 외교·환경부·해양수산부 등 실무자 100여명이 참여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최영삼 단장은 “이번 회의가 태도국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격상하고 양자 및 지역 차원의 협력 정책을 구체화하고 실질적으로 이행해 나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