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JSA(공동경비구역) 판문점. 검은 상의에 전투복 바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한 JSA 한국군 경비대 대원들이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T2) 주변에 긴급 추가 투입됐다. 직전까지 안 보이던 JSA 소속 미군 경비 대원도 군사분계선 인근에 배치됐다.
곧이어 유엔군 사령관이자 한미연합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인 폴 라캐머러 미 육군 대장과 미 육군참모총장 제임스 매콘빌 육군 대장이 등장했다. 이들은 미 육군 대령인 버크 해밀턴 유엔사 비서실장의 수행을 받으며 T2로 향했다. 웨스트포인트(미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매콘빌 총장은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 주요 부대 지휘관으로 참전한 맹장이다. 그는 필리핀·일본 등 인도·태평양 동맹국 순방 중 지난 8일 방한했다. 첫 공개 일정으로 JSA를 찾은 것이다.
매콘빌 총장은 T2에서 해밀턴 비서실장으로부터 대북 브리핑과 함께 정전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T2는 70년 전인 1953년 7월 27일 정전 협정 체결 현장이다. 매콘빌 총장의 아버지는 해군으로 6·25 전쟁에 참전했고, 딸·아들 두 자녀가 있는데 이들도 모두 한국에서 복무했다. 그의 사위도 현역 미 육군 장교이고, 그의 아내는 지금 사업가이지만 젊은 시절 미 육군 장교로 복무했다고 한다.
매콘빌 총장은 T2에서 나와 바로 그 옆 북측 판문각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군사분계선 경계선 앞으로 향했다. JSA 경비대원들은 취재진이 다가서자 더는 접근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일부 취재진이 판문각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행동도 “자칫 북한을 도발할 수 있다”며 삼가야 한다고 했다.
매콘빌 총장, 라캐머러 사령관이 경계석 코앞에 서서 해밀턴 비서실장으로부터 북측 경비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미 육군 4성 장군 2명이 전투복 차림으로 판문각 앞에서 서는 것은 흔치 않다. 이곳은 코로나 유행 이전 시기만 해도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을 만나 그의 권유에 따라 손을 잡고 경계석을 넘어 북측 땅을 밟은 곳이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도 이곳에서 김정은을 만났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탈북 어민 2명을 강제로 북송한 곳 지점이기도 하다.
미 육군참모총장이 등장하자 판문각 한 창문의 커튼에서 움직임이 포착됐다. 모든 창문에 커튼이 쳐져 있었는데, 한 창문 커튼이 살며시 걷혔다. 본지 취재진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망원 렌즈로 커튼 사이를 촬영했다. 북측 인원이 카메라 또는 망원경 등으로 추정되는 감시 장비로 남측 상황을 주시하는 장면이 잡혔다. 판문각의 북측 활동이 포착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과 달리 북측은 2019년 코로나 유행 이후 판문점 경비 대원을 철수시키고 판문각도 모든 창문을 커튼으로 가리고 바깥으로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최근 한국과 연락 채널도 일방적으로 끊은 상태다. 이들은 지난 7일부터 군 통신선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한 우리 정부와 군의 정기통화 시도에 답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대규모로 진행한 ‘자유의 방패’ 한미 연합훈련, 지난달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 사용 중단 요구 등을 북측이 문제 삼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은 북한이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7국(G7) 정상회의에 맞춰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무력 도발할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는 G7을 겨냥해 북한이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한미가 관련 대응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올 초 사나흘에 한 번꼴로 각종 미사일을 쏘며 긴장감을 끌어올리다 지난 13일 고체연료 ICBM 발사 이후 한 달째 잠행하고 있다.
한미는 북 도발을 억지하고 ‘레드라인’을 넘지 말 것을 경고하기 위해 최근 태평양 괌 기지에 기항한 미 전략 핵잠수함(SSBN)을 G7 기간 부산 등 한반도에 전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매콘빌 총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북한이 초음속 미사일, 고체 연료 탄도탄 등 각종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질문에 “미군은 어떤 형태의 공습도 막아낼 방어망을 갖추고 본토뿐 아니라 동맹인 한국에도 제공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언제 어떤 미사일을 쏘더라도 한국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패트리엇으로 요격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주한 미군은 지난 3월 사드 발사대 전개 및 사드·패트리엇 통합 운용 훈련에 이어 올 하반기 한국군과 연합 사드 훈련도 추진 중이다. 주한 미군은 “보다 실전적이고 역동적인 사드 훈련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