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꿔 부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해 외교부는 11일 이를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정부는 일관되게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라고 부르고 있다”며 “처리수로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가 없다”고 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 탱크에는 주요 방사능 물질이 제거된 물과 여전히 오염된 물이 같이 보관돼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를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 처리수’라 부르는데 우리 정부는 ‘오염수’라고 일관되게 표현해 왔다. 오염수로 부를지 처리수로 부를지는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
국제 검증을 하고 있는 IAEA는 지난해부터 5차례에 걸쳐 발표한 공식 보고서에서 ‘ALPS 처리수(ALPS treated water)’라 표현했다. 일본과 함께 미국·영국·유럽연합(EU)의 외교 당국도 같은 표현을 쓰고 있다. 지난달 16일 7국(G7) 기후·에너지·환경장관 회의 때 발표한 공동성명에도 “IAEA의 검증이 ALPS 처리수 방류가 안전 기준과 국제법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을 지지한다”고 돼있다.
반면 중국·북한은 ‘핵오염수(核污染水·nuclear contaminated water)’란 표현을 쓴다. 북한 외무성은 올해 1월 “위험한 핵오염수 방류 계획을 지체 없이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대만 정부도 ‘핵폐수(核廢水)’라 한다. 이 밖에 러시아는 ‘방사성 물(radioactive water)’, 파푸아뉴기니·피지 등 18국이 가입해 있는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은 ‘핵폐액(nuclear wastewater)’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이런 가운데 한일은 12일 서울에서 국장급 협의를 열어 이달 23~24일 예정된 정부 시찰단의 방일(訪日)과 관련된 실무 안건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외교부·국무조정실·원자력안전위원회·해양수산부 등에서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11일 라디오에서 “(IAEA 검증에 더해) 추가로 여러 가지 확인할 기회를 일본 측에서 특별히 부여한 것”이라며 “더 중층적이고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장호진 외교부 1차관도 “일본이 검증이라는 용어를 상당히 꺼리는 측면이 있지만, 일본 측에서 뭐라 하든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활동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