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7국(G7)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공조 방안을 논의한다. 윤 대통령이 올 들어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잇달아 열며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일 관계를 개선한 이후 한·미·일 협력과 G7 회원국과의 연대를 강화해 자유민주주의 진영 간 안보 협력 가속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G7 회의를 전후해 캐나다, 독일, 유럽연합(EU) 정상과도 회담을 할 예정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4일 브리핑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 역내 공급망 불안정, 에너지 위기 등 공동의 도전에 대응해 한·미·일 협력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전략적 공조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일 정상회담은 작년 6월과 11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한·미·일 정상회담은 G7 마지막 날인 21일 개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정상은 작년 11월 북한 미사일에 대한 경보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기로 합의했고, 이번 회담을 통해 탐지·분석 등 한층 강화된 수준의 정보 공유에 나설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작년 11월 3국 정상 공동 발표 후 한·미·일 군사 당국자들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공유하면서 협력할지 실무 회담을 계속 진행해왔다”며 “한·미·일 세 나라가 조율된 결과를 각자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G7 회원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으로, 한국은 이번 정상회의에 호주, 인도 등 7국과 함께 초청됐다. 한국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는 것은 네 번째다. 한국은 호주 다음으로 G7 회원국이 아니면서 가장 빈번하게 초청받은 나라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법치에 기반한 국제 질서’ 등을 주제로 열리는 확대회의에서 자유 토론을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확대회의에서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발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G7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별도 성명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와 같은 목소리를 내려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등 중·러를 겨냥해 점차 선명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G7을 계기로 향후 한국의 대중·대러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인민일보는 13일 자 평론을 통해 G7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격화시키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갈등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국제 공평·정의의 대척점에 서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앞서 G7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는 정상들과 잇달아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다. 17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G7 이후엔 21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22일에는 유럽연합(EU) 샤를 미셸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만난다. 유럽 국가 정상들과의 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등이 안건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히로시마에서도 G7 회원국·초청국과 별도의 양자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한다. 대통령실은 “두 정상의 참배는 과거 히로시마 원폭으로 희생된 한국인을 위로하고, 한일 양국이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자는 다짐의 자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