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주요 7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해 원폭(原爆) 피해 동포들과 만났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동포 19명 대부분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당시를 직접 겪은 피폭 1세대였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늦게 찾아뵙게 돼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날부터 2박3일간 히로시마에 머물며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도 찾을 예정인 윤 대통령은 “위령비 참배가 너무 늦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동포가 슬픔과 고통을 겪는 현장에 고국이 함께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히로시마의 한 호텔에서 원폭 피해 동포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 10명,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히로시마 지부와 한인회 관계자 9명과 후손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동포들이 입은 원폭 피해는 자의든 타의든, 식민지 시절 타향살이를 하면서 입게 된 피해이기 때문에 그 슬픔과 고통이 더 극심할 것”이라며 “소중한 생명과 건강, 삶의 터전을 잃은 이중고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참배하는 일정을 언급하며 “한국 대통령의 위령비 참배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국 대통령이 히로시마의 한국인 위령비를 참배하는 것은 처음이고, 한일 정상의 공동 참배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저와 기시다 총리가 위령비 앞에서,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 타향에서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겪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면서 양국의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열어갈 것을 함께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동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어 히로시마 민단 고문인 권양백(79)씨와 권준오(74) 한국원폭피해자대책위원장이 인사말을 했다. 두 살 때 원폭 피해를 겪은 권양백 고문은 “오늘 꿈을 꾸는 것같이 감격을 느끼고 있다”며 “선배 영령들을 저세상에서 만나게 되면 대통령님 오셨다고, 자랑스럽게 보고하겠다”고 했다. 권 고문은 히로시마 평화공원 밖에 세워졌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1999년 공원 안으로 옮기는 데 앞장섰다.
원폭 2세대인 권준오 위원장은 “윤 대통령께서 피폭 피해자들을 만나 주신 것이 한일 관계 발전에 이바지하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한국 대통령이 원폭 피해자들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폭 투하 당시 히로시마 인구 33만명 중 약 40%인 14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사망자 중에선 한국인도 2만여 명이 포함됐다. 부상자 등을 포함하면 피해자만 5만여 명에 이르고, 피폭 2세대들도 상당했다.
하지만 위안부나 강제 징용 문제 등과 비교해 원폭 피해자 문제는 주목을 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