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김(60) 미 중앙정보국(CIA) 전(前) 부국장은 “북한 김정은이 딸 김주애를 축구장·미사일 발사장 등 각종 행사장에 계속 데리고 나오는 것은 갈수록 쪼그라드는 ‘백두혈통’에 대한 불안감의 발로(發露), 자기고백 같은 것”이라면서 “이례적 방식으로라도 백두혈통 건재를 과시하지 않으면 안 될 불안 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참석차 한국을 찾은 김 전 부국장은 19일 본지 인터뷰에서 “북 정권 초기에는 김일성의 친인척, 모친(강반석)과 외척 등 김씨·강씨라는 이른바 ‘백두혈통’ 수가 많았지만, 쭉쭉 줄어들어 지금은 김정은 주변에 몇 명 없는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때 미북 정상회담 등 북핵 협상에 CIA 코리아미션센터장으로 깊이 관여했다.
김 전 부국장은 “김정은은 김정일에 비해 집권 유지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보인다”면서 “김정일은 부친 김일성이 살아있을 때 당 중앙에 데뷔해 20년간 후계 과정을 밟았지만, 김정은은 데뷔 불과 2년 만에 김정일이 사망해 후계 준비 기간이 10분의 1 수준으로 짧았다”고 했다. 김정일은 김평일 등 이복 형제들을 외국으로 내보내기만 했지만,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을 공개 처형하고 이복형 김정남은 독살하는 등 거친 숙청 작업을 벌인 것도 당 장악력과 집권 자신감 부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중국이 홍콩에 나름 지켜왔던 일국양제를 (2020년) 깨는 것을 보고 ‘아 대만에 대해서도 여차하면 무력을 쓰겠구나’ 하며 놀랐었다”고 했다. 김 전 부국장은 “대만 유사시, 중국은 주한미군이 투입되지 못하도록 북한에 휴전선 등지에서 소요를 일으켜 달라고 해 주한미군 발을 한반도에 묶어두려 할 것”이라며 “북한도 그런 정세를 기회 삼아 중국에 결정적 요청 등을 하며 모종의 거래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이관과 관련해 “국내 간첩은 국외 북한 간첩 포섭을 통해 얻은 첩보로 잡는 경우가 아주 많다”면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이 없어지면 이 같은 국내외를 넘나드는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30여년간의 CIA 근무를 마치고 3년간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에서 연구원으로 있다 최근 ‘야인’이 됐다. 그는 “20년 전 바르샤바 근무를 할 때 삼성·LG·현대 덕에 현지에서 날 한국인으로 알고 현지인들이 잘 대해줬다”면서 “그간 CIA 요원으로 지내면서 한국 기업이 정부가 하지 못하는 많은 국위 선양을 하는 것을 봤다. 앞으로도 정부는 기업이 마음껏 활동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