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략핵잠수함 ‘메인함(SSBN 741)’이 지난 9일 필리핀 해역에서 부상해 작전 중인 모습이 7국(G7) 정상회의 개막인일 지난 19일 전격 공개됐다. 메인함이 지난달 18일 태평양 괌 미군 기지에 비공개 기항한 장면이 8일 뒤인 4·26 한미 정상회담 개최일에 맞춰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알려진 데 이어 4주 만에 또다시 작전 모습과 위치를 드러낸 것이다. 메인함의 북상 경로가 잇따라 확인됨에 따라 메인함이 조만간 제주도 남방 해역을 거쳐 부산 작전기지 등 한반도에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 고위 관계자는 21일 “전폭기·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미 핵 3축 가운데 가장 은밀한 전략자산인 SSBN을 노출시킨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미국이 적대 세력에 대한 도발 억지 의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려는 전략적 메시지”라고 말했다.
미 해군과 인태사령부는 지난 19일 트위터와 홈페이지에 “메인함이 지난 9일 필리핀 해역에서 미 제3해병원정군의 제1해병비행단과 수직해상보급 작전(VERTREP)을 벌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메인함이 제1해병비행단 소속 헬기로부터 물자와 장비를 공급받는 사진 5장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미 해병대 헬기는 바다 거품과 함께 물 밖으로 올라온 메인함을 향해 날아와 헬기 후면을 개방하고 공중에서 특수 장비를 통해 물자를 내렸다. 수직해상보급 작전은 잠수함이 긴급 필요 물자가 생길 경우 항로를 변경하거나 인근 기지에 정박하지 않고 작전 해역 내에서 헬기 등을 통해 물자 공급을 받는 작전을 말한다. 주일 오키나와 주둔 제1해병비행단의 크리스토퍼 머리 대령은 “복잡한 공중 해상물자보급 작전을 완벽히 수행한 것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우리 군의 적응력, 대비태세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6일 한미 정상회담 당일 괌 기지에 기항한 모습이 공개됐던 메인함이 괌과 한반도 사이 필리핀해에서 작전 중인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다음 작전 지역은 한반도 주변 해역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에서 ‘핵우산(확장 억제)’ 강화 주요 방안으로 제시된 ‘SSBN의 한반도 기항’의 첫 주자가 메인함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미 SSBN이 한반도를 찾는 것은 1981년 3월 로버트 리(SSBN 601) 이후 42년여 만이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작전 보안상 SSBN의 다음 경로가 한반도가 될지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현재 SSBN의 한반도 전개 계획을 놓고 미측과 협의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미 SSBN의 한반도 전개는 북한에 ‘핵 공격 시 정권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한미가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 박후성 핵·WMD대응본부장은 ‘워싱턴 선언’에서 합의한 한미 ‘핵협의그룹(NCG)’ 신설 관련 후속 조치 등을 위해 지난 17일 미 오마하 전략사령부를 방문해 앤서니 코튼 사령관과 실무 미팅을 하기도 했다.
메인함은 미 잠수함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오하이오급으로, 길이 170m, 폭 12.8m, 수중 배수량 1만8750t(톤)에 달한다. 메인함 등 오하이오급 잠수함은 1발만으로도 김정은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1호 청사 일대를 초토화할 수 있는 잠대지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트라이던트Ⅱ 미사일을 20~24발 장착 가능하다. 미국이 메인함을 G7에 맞춰 중국에 가까운 필리핀해에서 공개한 것은 북한뿐 아니라 양안 문제를 놓고 미국과 긴장 수위를 높여 가는 중국에 대한 견제 의미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군 관계자는 “미국은 그간 전략자산 공개를 제한적으로 해왔지만,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대만 포위 군사 훈련 등 국제 정세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일들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도발 억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략자산 작전을 보다 가시적으로 하는 쪽으로 운영 방침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