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3월 5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용산역광장에 세워진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에 찬성해 판결금을 지급받은 신일본제철의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이 지난달 소송 대리인으로부터 판결금 10%의 ‘성공 보수’를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에서 성공 보수를 약정하는 경우가 다수 있지만, 유족들은 최근에야 고인이 된 피해자가 이런 계약을 맺은 사실을 인지해 보수 지급에 반대하고 있다.

2018년 10월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 4명 중 일부가 정부 해법에 찬성해 지난달 약 2억원의 판결금과 지연 이자를 지급받았다. 이후 소송 대리인이 돈을 받은 유족들에게 접촉해 과거 피해 당사자와 보수를 약정한 사실을 언급하며 판결금의 10% 지급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피해자 지원 단체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미쓰비시중공업(나고야)의 피해자 5명과 11년 전 맺은 약정을 근거로 판결금의 20%를 요구해 논란이 됐다.

유족에게 전화한 장모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과거사위원장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지난 4월에는 대법원 앞에서 열린 정부 해법 비판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한 유족은 “증빙 서류나 내용증명 발송도 없이 판결금 일부 지급을 말하며 만남을 요구했”며 “유족들은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했다. 재판은 2005년 2월 피해자들이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시작해 대법원이 승소를 확정하기까지 13년이 걸렸는데, 피해자는 2014년 별세했다. 본지는 이와 관련한 설명을 듣기 위해 장 변호사에게 전화와 문자로 연락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25일 정부 해법을 거부하던 생존 피해자 1명이 입장을 바꿔 판결금 수령을 위한 법적 절차를 완료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생존 피해자 1명이 정부 해법을 수용해 26일 판결금과 지연 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3명의 생존 피해자 중 판결금을 받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이로써 제3자 변제 대상자 15명 중 11명이 정부 해법에 찬성해 “생존 피해자들이 모두 반대한다”는 야당과 시민단체 주장이 힘을 잃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