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하마기리함(DD-155)’이 오는 31일 한국이 주최하는 다국적 해양 차단 훈련 ‘이스턴 엔데버 23′에 참가하기 위해 29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이날 입항한 하마기리함에는 과거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비판받는 ‘욱일기’와 유사한 모양의 자위함기가 게양돼 있었다. 일본은 패망 이후 1954년 자위대법 시행령을 채택해 자위대 선박에 일장기와 함께 자위함기를 달고 다닌다. 야권에서는 이에 대해 “일본 배를 쫓아내라” “정부가 친일을 한다”고 비판했다.
국방부는 “일본 함정이 자위함기를 게양하고 방한하는 것은 ‘국제적 관례’에 따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통상적으로 외국항에 함정이 입항할 때 그 나라 국기와 그 나라 군대 또는 기관을 상징하는 깃발을 단다”면서 “이건 전 세계적으로 통상적으로 통용되는 공통적인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일 자위대는 지난 2019년 중국에서 개최한 국제관함식에도 자위함기를 달고 칭다오에 입항했다. 앞서 김대중 정부와 이명박 정부도 각각 1998년, 2008년 부산 등에서 국제관함식을 개최할 때 자위함기를 게양한 일 함정의 입항을 관례에 따라 허가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국제 관함식이 아닌데도 일 자위대 연습함대 카시마함을 친선 차원에서 인천항에 입항시켰다. 당시 카시마함도 자위함기를 게양했으며, 김용환 당시 인천해역방어사령관이 승선해 사열을 받았다.
이례적인 건 문재인 정부 때다. 2018년 당시 정부는 우리 해군 주최 국제관함식을 앞두고 일본 측에 “자위함기를 달지 말고 태극기와 일장기를 둘 다 달아라”라고 요구했다. 이에 일본은 관례에 어긋난다고 반발하며 불참했다.
정부는 이번 훈련에 한국 해군을 비롯해 미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캐나다 등 총 6국이 참여한다고 밝혔다. 6국은 오는 31일 제주 남방 공해에서 대량살상무기 (WMD) 적재 의심 선박 차단 및 승선 검색을 훈련한다. 훈련을 마치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마라도함에 올라 우리 해군의 왕건함, 미국의 밀리우스함, 일본의 하마기리함, 호주 안작함, 한국 해경 5002함 순으로 사열한다. 하마기리 승조원들은 마라도함 앞을 지나며 이 장관을 향해 경례하게 된다. 우리 국방장관이 자위대 함정을 사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998년, 2008년 국제관함식 때는 김대중·이명박 대통령이 자위대 승조원들의 경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