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군이 서해상에서 인양한 '북한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인 원통형 물체에 '점검문'이란 붉은 글자가 쓰여있다.(왼쪽 사진) 점검문 표시는 북한이 공개한 화성-17형 등 ICBM의 단 연결 부위 부품에도 동일하게 표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합참 조선중앙통신

군이 31일 전북 군산 어청도 인근 서해 상에서 인양한 북한 발사체 일부인 원통형 물체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부품과 동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은 이날 발사체가 ‘군사정찰위성’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ICBM을 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증거물을 군이 확보한 것이다.

합참은 이날 ‘북한 주장 우주발사체’가 비정상 비행을 하다 오전 7시 5분쯤 서해상에 추락하자 해군 수색팀을 급파해 오전 8시 5분쯤 이를 인양했다. 통상 수일이 걸리는데 발사 당일 일부 잔해 수거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속초 인근 동해상에 떨어진 미사일 수거에는 나흘이 걸렸었다.

합참이 인양한 물체는 직경 3m 원통형으로 표면에 빨간색으로 ‘점검문-13(기구조립)’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 것으로 식별됐다. 분석 결과, ‘점검문’이 적힌 원통형 부품은 북한이 과거 열병식 등에서 공개한 화성-17형 등 ICBM에서도 식별됐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TV조선

군사전문가인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점검문’은 ICBM의 각 단 이음 부위에 있다”면서 “군이 인양한 북 발사체 일부 물체는 ICBM의 1단 또는 2단 부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검문은 1·2단 또는 2·3단 등 두 단을 연결한 이후 결합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내부를 들여다볼 목적의 개폐 창구”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발사체가 ‘인공위성’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기존 ICBM의 기술과 부품을 그대로 가져다 쓰거나 약간의 변형을 거쳐 제작한 것이라는 점이 실제 부품으로 재차 확인된 것이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자료사진. 3단으로 구성된 ICBM의 단 이음새마다 '케이블덕트(외부전선관)'이 설치돼 있고, 그 옆에 '점검문'이 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 군 서열 2위인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지난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이번 군사 정찰위성 발사가 ‘자위권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면서 발사 명분으로 지난 4월 한미 정상이 ‘워싱턴 선언’에서 합의한 ‘미 전략 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 한미 연합훈련, 한국 주관의 다국적 해양차단훈련 등을 거론했다. 미 전략 자산 전개 등 ‘핵우산(확장 억제)’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억지하기 위한 목적인데 이 같은 조치를 문제 삼아 정찰위성을 쏘겠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유엔 결의를 어기는 자신들의 정찰위성 발사를 정당화하며 한국과 미국, 일본 등에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군은 인근 해역에 또 다른 발사체 잔해가 있을 수 있어 수색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군은 인양 물체를 육지로 옮겨 군사 연구소 등에서 한미 공조하에 정밀 분석을 할 계획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잔해 물체를 분석하면 이번 발사체의 전체 크기를 비롯해 액체 또는 고체 연료를 사용했는지, 발사체·인공위성 기술력은 어느 정도 수준이지 등 각종 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