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9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해 도발적 언행과 내정간섭 해당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고 밝혔다. 전날 싱 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우리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해 여과없이 불만을 드러내고 한중관계가 악화한 원인이 한국 탓이라는 취지로 얘기하자 이같이 강경 대응한 것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언행이) 도를 넘은 것”이라고 했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이날 오전 싱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했다. 외교부는 “8일 우리나라 야당 대표와의 만찬을 계기로 싱 대사의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장 차관은 싱 대사 발언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과 묵과할 수 없는 표현으로 우리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은 (외교 사절의 우호관계 증진 업무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과 외교 관례에 어긋날 뿐 아니라 우리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에 해당될 수 있다”고 했다.
장 차관은 또 “싱 대사의 금번 언행은 상호존중에 입각한 한중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양국 정부와 국민들의 바람에 심각하게 배치되는 것”이라며 “금번 언행과 관련해 외교사절의 본분에 벗어나지 않도록 처신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결과는 본인의 책임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싱 대사가 초치된 건 중국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발언을 문제 삼은 지난 4월 이후 약 1개월 반만에 있는 일이고, 이번 정부 들어서는 두 번째다.
외교 당국이 ‘처신’과 ‘본분’ 같은 단어를 써가며 이례적으로 강경 대응한 배경에는 유튜브 생중계 연설을 통해 10분 넘게 주재국 정책을 비판한 싱 대사 언행이 선을 넘은 것이란 정부 리더십의 공감대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국립외교원 등이 주최한 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의 신장된 국력에 걸맞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당당한 외교를 통해 건강한 한중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국가 간 관계는 상호존중이 기본이 돼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도 다를 바가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 회의에서 “명백한 내정간섭이고 외교적으로 심각한 결례를 한 싱 대사에게 강력히 유감을 표명한다”며 “싱 대사가 작심한 듯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하는데도 이 대표는 짝짜꿍하고 백댄서를 자처했다”고 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싱 대사를 향해 “아직도 조공을 주고받던 한중관계를 그리워하고 있다면 이 땅에서 절대로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