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현 국정원장이 16일 자신이 주도했던 1급 승진 인사가 번복되는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 측근 A씨가 인사에 깊숙이 개입했는지 규명해 사실이 아닐 경우 적극 소명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또 작년 대기발령이 났던 2, 3급 100여 명 중 15명을 최근 중동과 아프리카 주재관으로 발령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김 원장이 측근 A씨의 인사 전횡을 방치했다는 공격을 받자 대응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원장은 이번 인사 파동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사태 진전에 따라 거취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김 원장은 이달 초 1급 부서장 승진 인사를 포함해 간부진 17~18명 인사를 실시했다. 이 인사는 윤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이뤄졌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지난주 이들 중 1급 7명과 인사처장 등 8명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하고 직무에서 배제했다. 이 인사에서 1급으로 승진한 A씨가 인사에 깊숙이 개입해 자신의 국정원 동기 등을 1급으로 진급시켰다는 의혹 등이 제기된 것이다.
김 원장은 지난주 윤 대통령을 면담하고 윤 대통령이 문제 삼은 인사안에 대해 “오해가 있다”며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김 원장은 A씨가 이번 인사에 개입해 자기 라인을 승진시켰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소명했지만, 윤 대통령은 아직 완전히 수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과 국정원 기획조정실에서 이번 인사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인 것도 김 원장으로선 부담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과 여권 일각에선 김 원장 교체 가능성을 거론하는 사람도 적잖다. 김 원장이 당장 물러나지 않더라도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된 뒤 윤 대통령이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윤 대통령이 사안의 진상을 가려 최종 인사 조치를 결정한 뒤 김 원장을 재신임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도 김 원장이 사심 없이 국정원 정상화에 매진해온 점은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 원장으로선 자신이 한 인사안을 대통령이 번복한 상황에서 거취에 대한 고심이 클 것”이라면서도 “일단 자신의 의도와 달리 전횡 의혹이 불거진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면서 대통령의 방침을 기다리겠다는 생각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