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에 앞서 박덕흠 정보위원장실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김규현 국정원장이 16일 자신이 주도했던 1급 승진 인사가 번복되는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 측근 A씨가 인사에 깊숙이 개입했는지 규명해 사실이 아닐 경우 적극 소명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또 작년 대기발령이 났던 2, 3급 100여 명 중 15명을 최근 중동과 아프리카 주재관으로 발령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김 원장이 측근 A씨의 인사 전횡을 방치했다는 공격을 받자 대응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원장은 이번 인사 파동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사태 진전에 따라 거취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김 원장은 이달 초 1급 부서장 승진 인사를 포함해 간부진 17~18명 인사를 실시했다. 이 인사는 윤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이뤄졌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지난주 이들 중 1급 7명과 인사처장 등 8명에 대해 대기발령 조치하고 직무에서 배제했다. 이 인사에서 1급으로 승진한 A씨가 인사에 깊숙이 개입해 자신의 국정원 동기 등을 1급으로 진급시켰다는 의혹 등이 제기된 것이다.

김 원장은 지난주 윤 대통령을 면담하고 윤 대통령이 문제 삼은 인사안에 대해 “오해가 있다”며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김 원장은 A씨가 이번 인사에 개입해 자기 라인을 승진시켰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소명했지만, 윤 대통령은 아직 완전히 수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과 국정원 기획조정실에서 이번 인사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인 것도 김 원장으로선 부담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과 여권 일각에선 김 원장 교체 가능성을 거론하는 사람도 적잖다. 김 원장이 당장 물러나지 않더라도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된 뒤 윤 대통령이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윤 대통령이 사안의 진상을 가려 최종 인사 조치를 결정한 뒤 김 원장을 재신임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도 김 원장이 사심 없이 국정원 정상화에 매진해온 점은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 원장으로선 자신이 한 인사안을 대통령이 번복한 상황에서 거취에 대한 고심이 클 것”이라면서도 “일단 자신의 의도와 달리 전횡 의혹이 불거진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면서 대통령의 방침을 기다리겠다는 생각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