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에 직접 참여한다. 대통령실은 18일 “윤 대통령이 한국의 마지막 연사로 등장해 영어로 PT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BIE 총회 참석 일정이 알려진 후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도 지난 16일 일찌감치 파리를 찾았다. 세계박람회 유치를 놓고 한국과 사우디 정상이 파리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이게 됐다.
윤 대통령은 19일 프랑스로 출국해 BIE 총회 첫날인 20일 엑스포 유치 신청국 간 경쟁 PT 행사에 참석한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강남스타일’의 가수 싸이, 학계, 스타트업 대표 등 각계각층 연사들이 현장 발표에 참여한다.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 성악가 조수미씨 등은 영상으로 등장한다. 대통령실은 “한국은 작년 11월 3차 PT에서 경쟁국 대비 압도적인 K콘텐츠의 힘을 보여줬다”며 “4차 PT에서도 다양한 영상과 발표로 지루할 틈 없이 약 30분간 개최 당위성을 호소력 있게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4차 경쟁 PT에는 한국 외에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이탈리아(로마)도 참여한다. 이번 PT는 BIE 179개 회원국의 지지를 결정하는 최대 분수령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마지막 5차 PT는 11월 말 엑스포 개최지 투표 직전 대부분 회원국이 마음을 결정한 상태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특히 막강한 ‘오일 머니’를 앞세우며 엑스포 유치를 자신했던 사우디 측이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로 평가받던 한국의 적극적인 행보로 인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3일 윤 대통령의 BIE 총회 참석 소식이 알려진 후 빈 살만 왕세자가 예정에 없던 파리행을 결정했다”며 “사우디가 한국을 상당히 의식하는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16일 프랑스를 찾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났고 BIE 총회 주간에도 프랑스에 머물 예정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PT 행사에 직접 참석할 경우 윤 대통령과 7개월 만에 다시 만날 가능성도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작년 11월 방한해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윤 대통령과 회담했다.
윤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서 영어 연설을 하는 것은 지난 4월 27일 미 의사당 연설 이후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순방을 하루 앞둔 이날 관련 보고를 받으며 영어 연설 등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을 위한 막판 점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179개 회원국이 모두 참석하는 총회에서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부산엑스포가 가진 차별화된 비전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20일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프랑스 방문 기간 동포 간담회, 한불 미래 혁신 세대 대담, 디지털 비전 토론, 유럽 기업 투자 신고식 등의 행사에 참석한다. 윤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을 마친 뒤 22일부터는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보 반 트엉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등을 개최한다.
☞BIE의 등록박람회, 인정박람회
우리 정부가 2030년 부산에 유치하려는 엑스포는 BIE의 등록박람회다. 이전에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대전(1993년)과 여수(2012년) 엑스포는 인정박람회다. 5년 주기로 열리는 등록박람회는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열리는 인정박람회보다 주제가 광범위하고 개최 규모와 상징성, 경제적 효과가 훨씬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