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하노이에서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이행을 위한 외교·안보 협력 강화, 교역·교류 확대,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강화, 한국의 베트남 원조 확대 등을 담은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양 정상은 이날 하노이 주석궁에서 회담 후 공동 언론발표문을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와 평화, 번영에 기여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이같은 행동계획 등 17건의 협정·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지난 3월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이번엔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연례화하기로 하는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또 한국 해양경찰청과 베트남 공안부 간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해 마약거래 단속 등 베트남 해양치안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양국은 방산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방산협력은 양국 간 정치적 신뢰가 공고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양 정상은 ‘2030년 교역액 15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양국 간 경제협력을 가속하기로 했다. 양국 간 무역·투자 증대를 위해 ‘원산지 증명서 전자교환 시스템’ 개통을 통해 수출입 기업 편의를 증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양국은 또 베트남 희토류 개발 관련 ‘핵심광물 공급망 센터’를 설립해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베트남 교류 증진을 위해 베트남 내 한국어 교육 지원, 장학생 초청 사업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국 정부는 향후 7년간 대외경제협력기금 지원 한도를 종전 15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확대하고, 2030년까지 총 40억 달러 규모의 유상원조를 베트남에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베트남 과학기술 혁신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한국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무상원조로 10년간 3000만 달러 규모의 양국 공동연구를 지원한다. 또 한·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도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
양국은 인적 교류를 통한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국제운전면허증 상호 인정 협정을 체결했다. 양국이 발행한 국제운전면허증을 소지한 양국 국민이 상대국 내에서 입국 후 1년 동안 운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작년 양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며 “지난 3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밝고 역동적인 미래 30년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최근 엄중한 국제 정세와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양국 간의 공조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며 “트엉 주석과 자유·평화·번영의 인태(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엉 주석은 “양국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직후에 윤 대통령이 베트남을 아세안 국가 중 첫 국빈 방문 국가로 택한 것은 양국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는 것을 보여준다”며 “베트남은 경제사회 발전사업과 대외 정책에서 한국을 우선순위의 중요한 국가로 선정하고, 베트남과 한국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실질적이고 효과적이고 장기적으로 한국과 함께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주석궁 앞마당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