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베트남에 2030년까지 총 40억달러(약 5조2300억원)의 유상 원조를 약속했다. 또 기후변화 대응과 디지털 전환 등을 위해 2024~2027년 총 2억달러 규모의 무상 원조를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양자 유상 원조(6억9000만달러)와 무상 원조(15억달러) 규모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치라는 얘기가 나왔다.
정부는 그동안 베트남에 대한 ODA(국가개발원조)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정부 통계를 보면 한국은 2017년부터 5년간 베트남에 연평균 1억달러 안팎의 유·무상 원조를 해왔는데 2021년 기준 유상 원조가 4153만달러, 무상 원조가 5972만달러였다. 2020년에는 베트남이 우리나라 ODA의 제1위 수원국(1억2000만달러)에 오르기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0~2019년 베트남에 대한 ODA 공여 순위를 매긴 결과 한국이 일본, 프랑스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대(對)베트남 원조는 고속도로·교량 같은 인프라 건설과 수자원 관리, 보건·위생 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층 더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향후 7년간 베트남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 한도를 기존 15억달러에서 2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고, 20억달러 규모의 경협증진자금 협력 약정도 별도로 체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은 유·무상 양 측면에서 베트남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릴 것이고 인프라와 고부가가치 산업 등 베트남 맞춤형 개발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이 과학기술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향후 10년간 무상 원조로 3000만달러 규모의 양국 공동 연구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올해 초 준공된 VKIST는 한국의 대베트남 원조를 상징하는 프로젝트다. 미국 원조로 설립돼 한국의 경제 발전과 산업화를 선도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모델로 추진해 지난 10년 동안 3500만달러가 투입됐다. 우리 정부의 단일 무상 원조 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고 베트남 측에서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준 한국 정부에 감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