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하노이에서 호찌민 묘소를 참배했다. 베트남 독립을 이끈 국부(國父) 호찌민 전 국가주석이 안치된 이 묘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역대 한국 대통령이 베트남 방문 때 찾은 곳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묘소에서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 등 과거사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고, 헌화하고 묵념하며 추도의 뜻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베트남 방문에서 양국의 미래를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베트남을 찾아 “우리 마음에 남아 있는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1년 “불행한 전쟁에 참여해 본의 아니게 베트남인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우리 국민이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참배만 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호찌민 묘소를 찾지 않았다.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전 승전국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과거사를 문제시하지 않고 있다. 또 경제 발전이라는 국가 목표를 위해 “과거를 덮고 미래를 위해 협력하자”는 역사 인식을 보였다. 베트남은 한국에 대해서도 1992년 수교 이후 줄곧 이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 과거사 사과 의사를 타진하자 베트남 정부는 오히려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소속 윤미향 의원과 강성희 진보당 의원 등은 지난 16일 ‘베트남전쟁 시기 대한민국 국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 사건 조사 특별법’을 발의했다. 베트남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공식적인 조사와 입장 표명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던 만큼 제대로 진상 규명을 하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호찌민 묘소 참배에는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비가 약하게 내렸으나 참석자들은 우산을 쓰지 않았다. 베트남 측에서는 국가주석실 장관과 의전장 등이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