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 유출 혐의를 받고 있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28일 국방부 검찰단으로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과 방첩사는 부 전 대변인이 자서전에 실은 한미 국방장관들의 연례회의인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내용 등이 기밀유출이라고 판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 김종대 전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부승찬씨가 28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부씨는 대변인으로 있는 동안 입수한 군 내부 이야기 등을 담아 지난 2월 ‘권력과 안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군은 부씨가 국방부 고위 공직자로서 취득한 정보를 퇴임 후 사적 목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조사해왔다.

부씨는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저서에) 실질적으로 군사기밀은 하나도 없다”며 “한미안보협의회(SCM)와 관련해선 당시 언론 기사보다 미미한 수준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조사는 ‘천공’ 언급에 대한 보복이자 괘씸죄”라며 “당당히 맞서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방부가 정치권력 이익을 위한 수단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우리는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 뼈아픈 경험이 있다. 또 다시 권력의 개가 되는 게 아닌지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자신이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조사 받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 1980년대 군부독재 시절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문재인 정부 시절 국방부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으로 다른 사건들을 조사했던 여러 사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직 군 고위 관계자는 “위반 소지가 있어 절차에 따라 법을 집행하는데 군부 독재, 권력의 개라는 표현으로 근거 없는 주장을 하며 군을 폄하하고 깎아내리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한 기자가 내년 총선 출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꺼내자 “고민하고 있다”며 “이번 정권에 맞서겠다. 너무 비상식적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정의당에서 보좌관을 지낸 정치인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때 국방부 대변인이 됐다. 당시 군 안팎에서는 특정 정당인 출신의 국방부 대변인행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었다. 그가 지난 2월 책을 냈을 때도 일각에서는 “총선 출마 등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적 의견이 나왔다.

부씨는 책에서 역술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결정에 개입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도 고발당한 것과 관련해선 “(대통령실이) 명확히 조사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의혹만 키우고 있다”고 했다. 부씨는 책에서 대변인 시절 화장실에서 육군 참모총장이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면서 천공의 대통령 관저 개입설을 주장했다. 육군참모총장이 관저 담당자에게 들은 이야기를 자신이 들었다는 ‘전언의 전언’을 근거로 천공 관저 개입설을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육군참모총장은 “그런 말을 부승찬 대변인에게 한 적이 없다”고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밝혔다. 군 조사에서도 육군참모총장은 ‘부승찬 대변인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책에서 주장했다’며 자신이 그의 책에 인용된 것에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부씨 저서에 담긴 한미 고위당국자 간 회담 내용 등이 군사기밀에 해당한다고 보고 수사해왔다.

국군방첩사령부는 지난 2월 부씨 자택과 국방부 재직 중 사용한 대변인실 PC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군검찰은 지난달 그의 자서전을 펴낸 A출판사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부씨가 대변인 시절 내용을 책으로 펴내면서 당시 대변인실에 근무했던 현역 장교들이 이번 사건에 의도치 않게 얽혀 조사를 받는 등 각종 피해도 발생했다. 부씨는 책에서 국방 기자단 소속 기자들을 사전 설명도 없이 인용하고 취재 활동을 묘사해 일부 기자가 문제 제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