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안보 당국이 지난 4월 워싱턴DC 한미 정상회담 때 합의한 핵 협의 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 첫 회의를 이달 하순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5일 알려졌다. NCG 설립은 ‘워싱턴 선언’의 핵심 합의 내용이다. 첫 NCG 회의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간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7월 27일)에 즈음해 양국 안보 분야 실력자가 서울에서 첫 NCG 회의를 해 미국의 대북 확장 억제(핵우산) 실행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됐음을 알리는 동시에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첫 회의를 시작으로 NCG 가동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국빈 방미 때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한 정상회담에서 NCG 창설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원래 워싱턴 선언에서는 차관보급 회의체로 NCG를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첫 회의의 중요성을 감안해 양국 NSC 고위 관계자가 나서는 차관급 협의체로 격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지난 4월 윤 대통령 국빈 방미에 앞서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 등 미 안보 당국자들과 NCG 창설을 비롯한 워싱턴 선언 초안을 협의했다. 캠벨 조정관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성 동아태 담당 차관보로 근무하는 등 미 행정부의 아태 지역 외교 실력자로 꼽힌다.

한미 양국은 NCG 첫 회의에서 워싱턴 선언에서 합의한 핵우산 실행 방안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양국 정상은 워싱턴 선언에서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한 전략 수립에 한국이 참여하고, 미국의 핵 작전을 한국의 재래식 역량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공동으로 기획·이행하는 한편, 핵전력 운용 주체인 미국 전략사령부가 참여하는 한미 연합 도상 훈련을 하기로 합의했다. 미 탄도미사일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주변 정기·지속 배치에도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미 안보 동맹은 핵 기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업그레이드됐다”면서 “NCG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 기획 그룹(NPG)보다 실효적”이라고 평가했다.

NCG 첫 회의와 맞물려 워싱턴 선언에서 합의한 SSBN 한반도 기항 문제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미 국방부는 최근 오하이오급 SSBN의 한반도 파견 계획과 관련해 “일정은 말하지 않겠지만 미래 어느 시점에 기항을 위해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미 측이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6·25 정전 기념일쯤 워싱턴 선언의 확장 억제 강화 방안의 이행에 나서 미국의 확장 억제 약속과 그 이행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이 해군의 부산 작전기지 등에 기항할 경우, 1981년 3월 로버트 리함(SSBN 601) 이후 42년 만의 SSBN 기항이 된다.

이와 관련, 안보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달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을 정치국 후보위원 겸 통일전선부 고문으로 복귀시킨 만큼 도발 가능성을 안보 당국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한미가 본격적인 워싱턴 선언 이행을 통해 대북 억지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달 16~22일 오하이오급 순항유도탄 전략핵잠수함인 미시간함(SSGN 727)이 부산에 기항한 데 이어, 30일에는 B-52H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개해 한국·주한 미군 공군 전투기들과 연합 공중 훈련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