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제 징용 해법을 강하게 비판해 온 피해자 측 소송 대리인이 정부 해법에 찬성한 피해자 5명의 판결금을 먼저 수령해 11%인 약 1억1500만원을 ‘원천 징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소송을 수임하며 피해 당사자와 맺은 약정을 근거로 성공 보수와 부가세를 떼고 이같이 지급한 것이다. 설명을 하거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부족해 일부 유족은 이를 뒤늦게야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은 지난 4월 징용 피해자들을 법률 대리하고 있는 한 로펌에 5명에 대한 판결금(약 11억원)을 송금했다. 이 로펌은 전체 피해자 15명 중 9명을 대리하고 있는데, 이 중 7명이 정부 해법에 찬성해 판결금을 받기로 했다. ‘대리인의 조력이 필요 없다’는 의사를 밝힌 2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에 대한 돈을 보낸 것인데, 대리인들이 먼저 재단에 ‘로펌을 통한 판결금 지급’을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판결금을 받은 일부 유족은 실제 계좌에 들어온 돈과 재단이 발송한 지급 통지서에 기재된 금액이 다른 것을 인지했다고 한다. 대리인들이 2013년 9월 피해 당사자와 맺은 약정을 근거로 성공 보수(실수령 금액의 10%)와 부가세(1%)를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만 보낸 것이다. 피해자 5명은 모두 세상을 떠나 유족들이 판결금을 받았는데, 일부 유족은 최근까지 이런 계약을 몰랐다고 한다. 한 유족은 “약정의 존재조차 몰랐는데 당황스럽다”고 했다. 또 판결금을 받는 과정에서 대리인 위임을 거부해 성공 보수와 부가세를 떼이지 않은 다른 유족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대리인들은 모든 유족에게 설명을 하거나 이해를 구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대리인 중 한 명인 임모 변호사는 최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가 제3자 변제 수용을 거부하는 피해자 4명에 대한 공탁을 시도한 것과 관련, “일방적 통지가 겨우 이루어졌다”고 했다. 정부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면서, 정작 본인은 성공 보수를 떼는 과정서 모든 유족들에게 이를 충분히 고지하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 대리인인 장모 변호사도 정부 해법 발표 이후 ‘제3자 변제의 위법성’을 비판하는 집회에 참석했지만, 유족들이 판결금 수령 의사를 밝히자 일부에게 전화를 걸어 10% 납입을 요구했다. 임·장 변호사 모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이다. 장 변호사는 “소송이 장기간 진행돼 원고 본인이 대부분 사망하셔서 원고별로 대표 유족분들에게 연락하는 구조를 취했다”며 “유감스럽게도 개별 유족에게 소송 내용을 충분히 알려드리지 못했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전날 강제 징용 피해자 양금덕씨에 대한 판결금 공탁을 수리하지 않은 광주지법 공탁관은 5일 정부의 이의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향후 법원 재판부가 서면 심리를 통해 법리를 따져 공탁 접수 여부를 결정하게 됐다. 전주지법도 이날 일부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故) 박해옥씨에 대한 공탁에 대해 불수리 결정을 내렸고, 수원지법도 “유족들이 명백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점을 고려했다”며 피해자 2명에 대한 공탁 신청이 불수리 결정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