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5일 “서해에서 인양한 북한 우주 발사체와 위성체 잔해를 분석한 결과 위성체가 정찰 위성으로서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정찰 위성이면 해상도가 최소 1m는 돼야 하는데, 북 위성체는 해상도 10~20m로 웬만한 상업 위성보다도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수준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위성의 해상도는 위성 카메라 등으로 지표상 물체를 얼마나 정밀하게 파악하는지 나타내는 척도다. 해상도 1m는 가로와 세로 1m의 물체가 위성 사진에서 한 점으로 나타난다는 뜻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군은 북한이 지난 5월 31일 발사한 우주 발사체 추락 잔해에 대한 36일간의 탐색·인양 작전을 종료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군은 지난달 15일 북한 우주 발사체 ‘천리마 1형’의 2단 동체를 인양한 데 이어 최근 발사체 3단부에 탑재된 위성체 ‘만리경 1호’의 주요 잔해를 찾는 데 성공했다. 2단 동체 내에는 엔진 핵심 구성품인 터보 펌프 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체 잔해에도 북한 정찰 위성 개발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 부품이 있었다고 한다. 합참은 “군은 감시 전력을 운용해 북한의 발사체가 발사된 순간부터 추적했다”면서 “잔해물 낙하 구역을 설정하고, 해군 함정·항공기·심해 잠수사 등을 투입해 어려운 작전 환경 속에서도 잔해물 다수를 인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우주 발사체와 위성체 ‘주요 부분’을 인양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이 지난 5월 31일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한 천리마 1형은 1단 추진체 분리 뒤 2단 추진체 고장 탓에 전북 군산 어청도 서쪽 200여㎞ 바다에 떨어졌다.
인양한 위성체 잔해는 카메라 등 광학 장비나 부품, 광학 카메라가 들어간 경통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석 작업에는 국방부, 합참, 한국 국방과학연구소(ADD)뿐 아니라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등도 참여했다. 위성체 부품에는 러시아 등 외국산 제품이 상당 부분 포함됐다고 한다. 이번 북 위성체 ‘만리경 1호’의 해상도는 10~20m 수준으로 분석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지난 5월 17일 공개한 위성체 실물 사진을 보면 4면의 태양전지 판이 접혀 있고, 2면의 노란색 다층박막단열재(MLI)를 감싼 육각 모양이었다. 위성체 상단에는 광학 카메라를 넣는 경통 2개가 설치됐다. 전문가들은 통상 고도 500∼600㎞ 저고도에서 운용하는 위성이라 해도 해상도가 좋아지려면 경통이 길어야 하는데 북한 위성체 경통은 짧아 해상도가 구글 위성사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에도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을 발사하고 ‘위성 시험품’이라 주장하며 이를 통해 촬영했다는 사진을 공개했었다. 그런데 그때 공개된 사진도 해상도 20m 수준으로, 일반적인 상업용 위성 성능에도 크게 못 미쳤다. 해상도 20m라면 가로·세로 20m 물체를 한 점으로 표시해 버리는 수준이라 지상 상황을 알아보기가 불가능하다. 정찰·첩보 위성으로 쓰려면 1m 이하 해상도를 뜻하는 ‘서브 미터’급은 돼야 한다. 미국이 1976년 처음 쏘아 올린 KH-11 위성은 해상도 13∼45㎝급으로 알려졌으며, 비스듬한 각도에서도 촬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군은 한미 공조하에 인양한 북한 발사체와 위성체에 대한 추가 분석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다만 군은 당분간 잔해 분석 결과를 발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우리 군의 인양 결과와 탐색 작전 역량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안상의 조치다. 군은 최근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발사대 주위를 정비하는 등 우주 발사체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다시 발사할 움직임을 보여 대비 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