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개관한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험프리스 기지 유엔사·주한미군사령부 본청./조선일보 DB

문재인 정부가 유엔군사령부에 덴마크·독일 등 6·25전쟁 의료 지원국을 참여시키는 사안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당사국을 비롯해 미국·유엔사 측과 임기 내내 갈등을 빚은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독일은 유엔사 회원국으로 정식 참여하길 희망했고, 이미 회원국인 덴마크는 기여 폭을 넓히고자 ‘유엔사 전력 제공국(UNCSS)’ 참여를 요청했지만, 우리 정부가 거부해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적 대북 지원, 종전 선언 등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가 정전 협정 관리 기능을 가진 유엔사의 확대를 불편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지가 국회 국방위·외통위에서 입수한 자료를 보면, 문재인 정부는 2019년 4~5월 유엔사 회원국에 독일을 참여시키고 유엔사 본부가 있는 한국에 독일 연락장교를 파견하자는 유엔사 측 제안을 거부했다. 미국과 유엔사는 기존 유엔사 회원국 18곳(한국 포함)에 6·25전쟁 의료 지원국인 독일을 추가 편입시키려 했다고 한다. 의료 지원국 총 6국 가운데 덴마크·노르웨이·이탈리아 등 3국은 회원국으로 유엔사에 연락장교를 파견하고 있다. 독일은 물론 미국·유엔사에서도 “6·25 때 한국을 도운 나라인데 왜 회원국이 될 수 없느냐”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우리 정부는 끝까지 거부했다.

정부는 그해 8월에는 의료 지원국인 덴마크를 전력 제공국에 추가하겠다는 유엔사의 방침에 ‘전투 참전국이 아니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미국·유엔사와 마찰을 빚었다. 전력 제공국은 향후 한반도 유사시 6·25 때처럼 참전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나라를 분류한 것이다. 이후 2021년 덴마크가 전력 제공국이 되겠다며 자국 군 참모를 유엔사에 보냈는데, 문 정부는 귀국 조치 입장을 밝히고 항의했다. 외교 소식통은 “덴마크·미국 측과 한국 외교부·군 당국 간 불편한 말을 주고받으며 덴마크 장교의 한국 비자 문제를 놓고 충돌을 빚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유엔사 해체를 요구한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유엔사 축소 정책을 편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상황은 지난해 5월 새 정부가 출범하며 달라졌다. 윤석열 정부는 덴마크의 재요청에 ‘6·25 때처럼 또 도와준다니 고맙다’며 동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유엔 전력 제공국은 16국에서 17국으로 늘어났다. 독일 등 다른 나라의 추가 가입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