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각) 폴란드 바르샤바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폴란드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구자은 LS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이창양 산업부 장관, 윤 대통령,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각)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함께 바르샤바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폴란드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에 동행한 LG 구광모 회장 등 경제사절단을 포함해 350여 명이 참석한 포럼에서 양국 기업들은 원전, 배터리 등과 관련한 양해각서(MOU) 33건을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를 추진 중인 기업인들과도 만났다. 윤 대통령이 유럽 중부에 자리 잡은 폴란드를 우크라이나 지원 및 재건 사업 진출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 전방위 협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국의 배터리, 소재·부품 기업들이 폴란드에 배터리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폴란드는 유럽의 배터리 생산 허브로 부상했다”며 “이런 성공적 협력 사례를 항공우주, 스마트공장, 친환경 에너지 등 첨단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재건은 양국 협력의 새로운 장이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재건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1년 이상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지원 의사와 함께 재건 사업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지지 뜻을 거듭 전했다.

양국 기업은 이날 비즈니스 포럼에서 배터리·미래차 등 첨단 산업 분야 11건, 원전·수소·친환경 등 에너지 분야 13건, 금융·관광 등 서비스 분야 9건 등 총 33건의 MOU를 체결했다. 전날 열린 한·폴란드 정상회담에선 양국 정부가 ‘우크라 재건 협력’ ‘무역 투자 촉진’ MOU 등을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바르샤바 대학에서 개최된 ‘폴란드 미래세대와의 문화 동행’ 행사에도 참석해 한국학 전공 학생 등 폴란드 청년 100여 명과 간담회를 했다. 윤 대통령은 4박 6일의 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 일정을 마무리했다.

폴란드를 공식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바르샤바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손 흔들어 인사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번 폴란드 방문에서 유럽 시장 수출 확대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를 위한 기반 다지기에 주력했다. 유럽 중부에 자리 잡은 폴란드는 배터리 등 한국 기업이 이미 현지 공장 등을 가동 중이고 방산·원전 분야에서도 수출이 진행되거나 추진 중인 유럽 수출 거점이다. 작년 폴란드 수출액은 78억58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대(對)폴란드 무역수지 흑자는 유럽 국가 중 최고였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폴란드는 유럽 시장 진출의 거점이자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허브로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두다 대통령과 함께 한·폴란드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것도 양국 협력의 폭을 넓히겠다는 뜻이다. 포럼에서 양국 기업들이 체결한 MOU 33건도 협력 확대·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현대엔지니어링과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이 각각 원전 건설과 관련한 설계, 장비·부품, 시공, 연구·개발 관련 MOU 6건을 체결했고, 폴란드 현지 건설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관련 건설 MOU도 4건 체결했다. 탄소 저감 복합화력발전소 등 친환경 에너지, 수소 산업, 금융, 수출, 관광, 통신·보안, 인공지능(AI), 첨단산업 인력 교류 등과 관련한 MOU도 20여 건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유럽 진출 관문이자 물류 요충지인 폴란드는 중·동부 유럽에서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며 “우리 두 나라의 협력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성공적인 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저와 정부는 여러분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겠다”고 했다. 최상목 수석은 “2030년까지 교역 규모를 3배 이상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기업 간 공동 프로젝트 발굴, 무역 장벽 제거, 상호 전문가 교류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폴란드가 교통 인프라와 산업 플랜트 건설, 낙후 발전소 현대화, 스마트 공장 도입 등을 추진 중인 만큼 한국 기업 진출을 더 가속할 방침이다. 이미 폴란드에 생산 기지를 구축한 전기차 배터리, 가전, 자동차 부품 등 350여 개 기업과 폴란드 기업의 협력 폭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전남대·경북대·부산대 등 지방 거점대학 세 곳이 바르샤바공대, 아담 미츠키에비치대 등과 인재 교류 MOU도 체결함으로써 앞으로 5년간 400명의 이공계 학생 교류를 통해 현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도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 폴란드 사업과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초기 단계인 만큼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현지 정보 수집과 인적 네트워킹을 마련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했다. 전날 한·폴란드 정상회담 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폴란드 인프라부 장관이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MOU를 체결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원 장관은 이미 우크라이나 인프라부 장관과도 재건 사업 목록 등 정보 공유에 합의하고, 일부 관련 정보를 받아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폴란드와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규모를 약 520억달러로 추산한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5월 정부 간 채널을 통해 200억달러 규모의 재건 사업에 한국 기업 참여를 요청했고, 추가로 320억달러 규모의 민간 중심 재건 사업 참여가 추진 중이란 것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을 통해 한국과 폴란드, 우크라이나 정부 간에 3각 협력 체계가 완성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