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각)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방위산업과 함께 교통 인프라 및 원전 건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서 폴란드와 협력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과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산 무기 도입 등을 통해 국방력 강화에 나섰다. 또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대거 수용해 향후 재건 사업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한국은 방산·원전 역량과 도시·교통 인프라 건설 기술을 갖춰 양국은 안보는 물론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서 최적의 협력 파트너란 것이다. 두다 대통령은 “한국은 아시아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했고, 윤 대통령은 “폴란드는 유럽의 관문으로서 매우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언론 발표에서 “우리 두 정상은 양국 간 통상과 투자 협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지속해 나가고, 양국 간 협력이 원전, 방산, 인프라와 같은 전략적인 분야로 확대되는 것을 환영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폴란드 원전의 성공적인 건설을 위한 양국 기업 간 협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작년 한·폴란드 간 대규모 방산 수출 계약이 체결되고 이후 신속한 납품이 이루어져 왔다”며 “우리는 폴란드의 한국산 무기 추가 도입 계획에 대해 협의했다”고 했다. 또 “양국 간 방산 분야 협력이 상호 호혜적으로 진행되도록 더욱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두다 대통령은 “한국 무기를 수입할 뿐 아니라 폴란드에서 생산하고 싶다”면서 K2 전차를 거론했다. 친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와도 국경을 맞댄 폴란드가 6·25 이후 북한과 70년간 군사적으로 대치하며 방산 역량을 키운 한국을 최적의 방어력 강화 모델로 꼽는 것이다.

폴란드를 공식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각) 바르샤바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폴란드 정상회담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방위산업, 교통 인프라, 원전 건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폴란드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한국 방산 수출액 173억달러의 71.6%(124억달러)에 해당하는 무기를 한국에서 수입했다. 폴란드는 지난해 K2 전차(1000대)를 비롯하여 K9 자주포(672문), FA-50 경공격기(48대), 천무 다연장로켓(288문) 등 한국산 무기 4종에 대한 1차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도 각종 탄약류 등 최대 300억달러 규모 계약이 2차로 체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두다 대통령이 K2 전차 자국 생산을 희망하고 윤 대통령이 ‘상호 호혜적 방산 협력’을 언급하면서 한국산 무기의 폴란드 생산이나 기술 이전 논의가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에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되면서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의 허브가 될 전망이다. ‘21세기 마셜플랜(2차 대전 이후 미국의 서유럽 재건 사업)’이라 불리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는 7500억~1조달러(약 1000조~1300조원)가 투입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는 ‘싸우면서 건설하고 건설하면서 싸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건 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며 “러시아의 침공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우크라이나 서부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는 재건 사업의 거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 방식으로 공적 개발 원조(ODA), 차관 제공, 한·폴란드 공동 참여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에 동행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5월 바르샤바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폴란드 민·관 인사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원 장관은 또 우크라이나 인프라부 장관과 재건 사업 수요 등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국이 우크라이나 재건·개발 프로젝트에서 협력하고 국토·도시·인프라 계획, 공공·민간기업 교류 증진 등에서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