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14일(현지 시각) 양자 회담을 갖고 “한·중·일 3국 간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긴요하다”며 “3국 협력 협의체의 재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자”고 했다. 우리 정부는 2019년 12월 중국 청두 회의를 끝으로 4년 가까이 열리지 않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연내에 서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건강한 한중 관계를 위해 세심히 노력하자”고 했다.
이날 회담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ASEAN)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성사돼 약 45분 동안 진행됐다. 중국 권력 서열 24위 안에 들어가는 왕 위원이 건강상의 문제가 불거져 오지 못한 친강(秦剛) 외교부장을 대신해 참석했는데 한중의 외교 수장이 대면 회담을 가진 것은 약 1년여 만이다. 한중은 “공급망 관리, 인적교류 확대, 문화 콘텐츠 교류 활성화 등 가시적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
박 장관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해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에 복귀하는 것은 한중 간의 공동 이익”이라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왕 위원은 “북핵 문제 관련 각급에서 소통을 강화하자”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왕 위원은 아세안 국가들이 이번 회의 때 북핵을 비판한 것과 달리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또 13일(현지 시각) 안보리가 북핵 문제 논의를 위한 긴급 회의를 열었지만 거부권을 갖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두둔하면서 사실상 ‘빈손’으로 끝났다.
이날 회담은 예정된 시간(30분)보다 15분 넘겨 진행됐고 분위기도 비교적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등으로 저점을 찍었던 한중 관계가 이번 고위급 회동을 계기로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의 소극적인 태도로 지지부진했던 한·중·일 정상회의 준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는 “상호존중·호혜·공동이익에 기반한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