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0일 일본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핵심 과업에 실패한 김정은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됐다”며 “자력갱생의 근거 없는 믿음을 계속 살려보려는 헛된 시도를 하고 있는데, 한국과 미국은 여기에 위협받거나 어떠한 양보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폭주 속 외교부가 문재인 정부 때와는 180도 달라진 강한 언사로 이를 집중 비판하고 있는 모습이다. 외교부는 18일 김여정 담화에 대해서도 “변명과 자기모순”이라 했었다.
이날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는 지난 12일 북한이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김여정이 한미핵협의그룹(NCG)을 비난하는 담화를 수 차례 낸 가운데 열린 것이다. 회의는 일본 나가노현에서 열렸는데, 3국의 북핵대표들이 직접 만나 협의하는 것은 올해 4월 서울 협의 이후 3개월 만이다. 김 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한 목소리로 북한 도발을 규탄하고 삼각(三角) 공조 강화를 천명했다. 또 내년부터 한·미·일이 유엔 안보리에서 나란히 이사국으로 활동하면 북한 인권 문제를 공조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김 본부장은 이날 비판의 초점을 김정은에 맞춰 주목받았다. 김 본부장은 “작년 6월 이후 1년 여가 지났는데 우리는 김정은이 핵심 과업들의 성과를 내는 데 계속 실패하는 것을 목도했다”며 “간단히 말해 김정은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정은은 핵공격 위협을 고조시킴으로써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북한의 핵에 대한 집착은 스스로의 안보만 저해했다”며 “한미는 위협받거나 어떠한 양보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지난 18일 출범한 NCG에 대해서는 “한미 연합 억제 및 대응 태세를 제고하는 매커니즘으로 지속 운영될 것”이라며 “한·미·일 안보 협력이 전레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북한의 최근 도발 관련 “북한은 올바른 선택을 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북한이 반복적으로 유엔 안보리의 권위를 부정해왔지만 국제사회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G7(7국) 정상회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 등을 통해 국제 무대에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안보리 등 국제 사회에서 북한을 사실상 두둔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도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독려하는 것이 오늘 협의의 중요한 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