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정전 70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미국인 참전용사 윌리엄 워드씨(91)는 25일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한국을 지키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했다.
워드씨는 이날 서울 잠실의 한 호텔에서 가진 유엔 참전용사 합동 인터뷰에서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그때로 돌아가 다시 그렇게 해야 한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워드씨는 19세때 낯선 땅 한국에 도착했다. 농부였던 그는 기본 군사훈련을 받고 보병으로 배정돼 정규병으로 차출된 뒤 유럽과 아시아 지역 가운데 아시아를 선택해 한국에 파병됐다고 한다. 워드씨는 전쟁 당시 부산 캠프에서 매일 자신의 빨래를 해주겠다며 친절하게 대해준 12세 소년 ‘장(Chang)’을 찾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한국에 오며 사진을 챙겨왔는데 호텔방에 사진을 두고 왔다”며 “그때 ‘장’이 12세였으니 지금은 노인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노인이 된 12세의 소년도 내가 그를 그리워했듯이 나를 그리워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워드씨 옆에 앉은 캐나다 출신 참전용사 에드워드 버거너씨(91)는 인터뷰 도중 내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버거너씨는 붉어진 눈으로 흑백 사진 한 장을 취재진에게 보여줬다. 전쟁 당시 막사에서 청소를 도와주고 잔일을 챙겨주던 ‘조적송’이란 한국 소년의 사진이라고 했다. 버거너씨는 통신병이었다고 한다. 인터뷰 도중 겨우 말문을 연 그는 전쟁 당시 기억을 묻는 질문에 “통신병이었던 저는 그래도 다른 병사들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며 “어디가 폭격되는지 등의 정보를 미리 알 수 있어서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고 했다.
영국에서 ‘아리랑’을 불러 유명세를 탄 영국 참전용사 콜린 새커리(93)씨는 “한국 사람들이 아리랑을 하도 많이 불러서 처음엔 자장가인줄 알았다”며 “자장가가 아니면 애국가이겠거니 했는데 아리랑을 부를 때마다 기분이 좋아서 계속 불렀다”고 했다. 새커리씨는 영국의 대표 경연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에서 아리랑을 불러 화제가 됐다. 새커리씨는 이번 방한 행사 기간 부산 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에서 아리랑을 열창할 계획이다.
이들은 한국에 도착하기 전 한국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의 전쟁에 왜 참전했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한 목소리로 “군인은 명령에 따르는 것”이고 “우린 명령대로 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들 참전용사 3인은 한국의 발전한 모습을 자랑스러워했다. 영국 참전용사 새커리씨는 “70년전 배로 부산에 도착한 뒤 처음 배치받은 도시가 수원이었다”며 “공항에 도착해 서울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고층빌딩 등 도심 풍경에 굉장히 놀랐고 폐허에서 이렇게 발전을 이룬데 대해 축하해주고 싶다”고 했다. 미국인 참전용사 워드씨는 “전쟁의 폐허에서 지금 이렇게 경제발전을 이룬 한국인이야 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 했다.
이들은 판문점 견학 버스 차량에 탑승하러 떠나기 전 회견장을 나서며 “우리 셋은 오늘 아침에 처음 만나 친구가 됐다”며 손을 맞잡았다. 21개국 유엔 참전용사 64명과 가족 등 총 200여 명은 29일까지 한국에 머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