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0일 독일 베를린에서 한 여성이 미하엘 슈마허와의 가짜 인터뷰가 실린 독일 주간지 디 악튜엘(Die Aktuelle)의 판을 읽고 있습니다./EPA 연합뉴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들은 적성국의 심리전 공작이 갖는 심각성을 일찌감치 인식하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 심리전 대응과 방어를 위한 전담기관을 세워 역량을 결집시키는 한편, 대학과 기업 등 민간과의 협업을 통한 탐지·식별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미국에선 2016년 대선 때부터 러시아·중국·이란 등이 소셜미디어상에서 가짜 계정을 운영하고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식으로 선거에 개입을 시도한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작년 9월 여야의 초당적 공감대 속에 국가정보국(ODNI) 산하에 ‘해외영향력 공작센터(FMIC)’를 출범시켰다. FMIC의 목표는 ‘미국의 국익과 민주주의 보호’다. 모든 정부 역량을 결집해 외국의 악의적 영향력 활동의 징후를 포착·경고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올해 4월에는 적대국의 선거 개입과 여론 조작 차단을 위한 ‘허위정보관리위원회’가 국토안보부 산하에 설치됐다.

일본은 지난해 발표한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허위 정보의 확산을 포함한 인지전·정보전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내년 4월 발족을 목표로 내각관방 산하에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실(가칭)’을 두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2022년 대선 직전에 ‘외세디지털간섭감시·보호서비스(VIGINUM)’ 조직이 신설됐다. 데이터 엔지니어, 디지털 미디어 전문가, 정치 과학자 등이 두루 포진해 허위 정보 정황을 포착한다. 스웨덴도 5년간의 준비 작업을 거쳐 작년 1월 법무부 산하에 ‘심리전방어기관(PDA)’을 출범시켰다.

각국은 민간기업, 산학 연구소와 협력해 적대국의 영향력 공작을 자동 탐지·식별하는 기술도 적극 개발하고 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은 2021년 9월부터 7개 연구소와 함께 온라인상에서 영향력 공작을 감지하고 그 파급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미 국무부 글로벌관여센터도 전 세계 정보기업을 대상으로 ‘가짜 뉴스 감지기술 경연대회’를 개최해 민간 기술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미 국무부와 일본 방위성은 러시아발(發) 허위 정보를 분석·반박하는 자료를 실시간으로 게재하고 있다.

개인 정보 보호가 세계적으로 중요해지는 추세지만 심리전 대응에 있어서는 필요할 경우 당국에 상당한 권한을 부여한다. 프랑스 정부는 2021년 12월 심리전 대응 업무에 국한해 온라인 플랫폼 내 개인 정보 수집·사용·처리 권한을 부여하는 훈령을 발표했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외국개입방지법(FICA)’에서 외국인이 국내 정치에 관여할 시 당국이 계정 정보를 요구하고 폐쇄까지 할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