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25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27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유엔군 참전의날·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에서 유엔 참전용사들의 입장을 맞이하고 있다./뉴스1

6·25 정전(停戰) 70주년을 맞은 2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옛 수영비행장)에서 ‘유엔군 참전의 날·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영화의 전당은 73년 전 6·25전쟁에 유엔군 중 최초로 파병된 미군 스미스 특수임무부대가 한국 땅에 도착한 장소다. 이번 행사는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함께 수호하고 70년간의 성장에 기여한 참전국과 참전 용사의 헌신에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계획됐다고 국가보훈부는 밝혔다. 유엔군 참전 22국 대표단, 참전 용사와 후손, 장병과 학생 등 2600여 명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엔군 참전 용사는 인생의 가장 꽃다운 나이에 알지도 못하는 나라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우리들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의 주인공은 참전 용사들이었다. 개식 선언 후 22국 국기와 태극기, 유엔기에 이어 유엔 참전 용사 62명이 의장대 호위를 받으며 입장하는 ‘영웅의 길’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거동이 불편한 참전 용사들이 의장대 부축을 받거나 휠체어와 지팡이를 이용해 입장하자 참석자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노병들은 손을 흔들거나 거수경례로 화답했다. 무대에서 이들을 한 명 한 명 영접한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입장한 캐나다 출신 테드 에이디씨를 직접 자리로 안내했다.

6·25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과 데임 신디 키로 뉴질랜드 총독이 27일 해운대구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진행된 유엔군 참전의날·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에서 참전국 미래 세대들과 함께 각 국가의 국기에 손을 올려놓으며 '위대한 약속'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곧이어 행사장에는 비행기 프로펠러 소리와 함께 1950년 7월 1일 미 스미스 특임대가 C-54 수송기로 부산 수영비행장에 도착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다. 당시 스미스 특임대는 한국에 도착한 지 불과 나흘 만에 경기 오산까지 이동해 북한군과 교전했고, 유엔군이 북한군과 벌인 첫 전투로 기록됐다.

27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유엔군 참전의 날·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에서 유엔 참전 용사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례는 유엔 평화유지군(PKO) 남수단 한빛부대 장병 4명이 함께 낭독했다. 보훈부는 “국제사회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한 한국 위상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했다. 애국가 제창과 묵념에 이어 참전국 대표로 신디 키로 뉴질랜드 총독이 “대한민국은 이 자리에 모인 모든 국가의 소중한 파트너”라며 인사말을 했다. 윤 대통령은 참전 용사인 미국 도널드 리드씨와 호주 고(故) 토머스 콘론 파킨슨씨에게 정부 포상을 수여했다.

6·25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과 데임 신디 키로 뉴질랜드 총독이 27일 해운대구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진행된 유엔군 참전의날·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에서 참전국 미래 세대들과 함께 각 국가의 국기에 손을 올려놓으며 '위대한 약속'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은 유엔군의 희생과 헌신, 피 묻은 군복 위에 서 있다”며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으로 공산 전체주의 세력으로부터 자유를 지켜낼 수 있었다”고 했다. 또 “어려움에 처했을 때 목숨을 걸고 달려와 준 우방국들에 대한 고마움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핵심 축”이라고 표현하며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연대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부산에 대해선 “백만 명이 넘는 피란민의 도시에서 세계적인 해양 도시로 거듭나 이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2030세계박람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 순서는 ‘미래’를 주제로 22국 청년 대표들이 무대에 나와 ‘동맹 유산 계승’ ‘자유 가치 연대’를 선포했다. 행사장에는 다시 비행기 프로펠러 소리가 울렸고, 무대 화면에는 비행기가 힘차게 비행하는 모습이 나왔다.

6·25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해운대구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에서 진행된 유엔군 참전의날·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부산 남구의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유엔군 위령탑을 참배했다. 유엔군 위령탑은 1978년 6‧25 전사자를 추모하기 위해 건립됐고, 대통령이 참배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또 영국군 전사자 묘역으로 이동해 70년 전 정전 협정 당일에 전사한 제임스 로건 일병 묘역도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유엔군 참전 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은 대한민국 자유와 번영의 초석’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