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이렇게 발전하다니…. 기적을 보게 돼 정말 기쁩니다.”

27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참전용사 공동 인터뷰에 (왼쪽부터) 로널드 워커, 윌리엄 로버트슨, 리챠드 카터, 도널드 레이드 옹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해병대 병장으로 6·25에 참전했던 도널드 레이드(91)씨는 27일 “참전을 마치고 한국을 떠날 때만 해도 너무 황폐해 미래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레이드씨는 “전 국민이 하나로 뭉쳐서 노력했던 것이 한국이 이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며 “다른 나라들이 많이 보고,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레이드씨는 미 워싱턴 DC의 한국전참전기념비 건립비로 3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정전 7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부의 초청으로 방한한 6·25전쟁 참전 용사 레이드씨, 리처드 카터(92·영국)씨, 윌리엄 로버트슨(92·캐나다)씨, 로널드 워커(89·호주)씨는 이날 부산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쟁 당시 군복을 입었던 청년들은 이제 흰 머리와 굵은 주름으로 노병의 모습이었지만,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답하는 등 여전히 건재한 모습이었다.

정전 70주년을 맞아 방한한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27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로널드 워커씨, 윌리엄 로버트슨씨, 리처드 카터씨, 도널드 레이드씨. /뉴스1

영국 육군 소위로 참전한 카터씨는 이날 전쟁 당시 찍은 다리 사진을 보이며 “한국의 외딴 산에서 이 다리를 지켰다”면서 “중공군이 이 다리를 넘어오지 않을지 순찰하고 망을 보는 것이 임무였다”고 했다. 캐나다 훈련병으로 참전한 로버트슨씨는 이날 부산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전우 윌리엄 월든의 묘지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월든은 낙동강 인근 전투에서 전사했다”면서 “그의 묘지에 양귀비꽃 배지를 올려두고 왔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영미권에서 양귀비는 전사자에 대한 추모의 의미를 지닌다.

전쟁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줬던 한국인들의 이름을 어렴풋하게 기억하며 이들을 찾고 싶다는 참전 용사도 있었다. 호주 육군 상병으로 참전했던 워커씨는 “정확하진 않지만 김진태와 조적성, 김인송이라는 이름을 가진 세 사람이 전쟁을 치르는 내내 나를 도와줬다”면서 “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