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일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참가 대원들이 찬 음료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일 폭염이 계속된 가운데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에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영국 외교부가 자국 외교관들을 전북 새만금 현장에 파견해 안전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은 이번 대회에 단일 국가 중 가장 많은 약 4500명의 스카우트를 파견했다. 한국에 아들과 딸을 보낸 외국 학부모들 사이에선 “아이들이 기대했던 대규모 국제 행사가 말 그대로 ‘생존 게임’이 됐다”는 조롱섞인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영국 외교부는 주한 영국대사관에 근무중인 자국 영사들을 새만금 현장에 급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미디어(SNS)와 외신 보도 등으로 현장의 열악한 상황이 알려지고 온열 질환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자국 정부에도 이를 우려하는 부모들의 항의가 쇄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 성화에 대회를 중도 포기하고 귀국길에 오른 스카우트들도 있다. 영국 외교부 차원에서도 이번 일을 예의주시하며 잼버리 조직위원회와 우리 정부에 우려를 전달하고 ‘안전을 위한 최대 협조’와 재발 방지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3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필리핀 참가자들이 햇볕을 가리는 모자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8월 3일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참가자들이 수돗가에서 찬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영근 기자

이런 가운데 SNS에서도 외국 네티즌들의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2일 열린 개영식에서는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600만명이 넘는 생존 전문가이자 세계스카우트연맹 수석 홍보대사인 ‘베어 그릴스(Bear Grylls)’가 15분짜리 연설을 했다. 그는 이 영상을 트위터에 인증했는데 그러자 “우리 딸 말로는 홍수 때문에 제대로 된 샤워실, 화장실 같은 공간도 없고 음식 배달도 어렵다고 하더라” “우리 손주는 개막식에 정원이 다 찼다는 이유로 입구에서 거절 당했다”하는 외국 부모들의 불만이 줄을 이었다. 이밖에 홍수로 인한 피해가 미처 복구되지 않아 텐트가 물에 잠긴 사진, 포르투갈 국기를 몸에 덮은 한 스카우트가 더위를 피해 그늘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사진 등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중이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한덕수 총리는 이날 오후 긴급 지시를 내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대회가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키며 참가자 4만3000명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했다. 김 장관이 총책임자로 매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현지 상황과 조치 내역 등을 언론에 알릴 예정이다. 한 총리는 또 국방부에는 그늘막과 샤워장 같은 편의 시설을 보수하고, 군의관 등을 파견해줄 것을 당부했다.

새만금 잼버리대회에 참가한 한 스카우트가 포르투갈 국기를 덮고 텐트 옆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 사진은 소셜미디어(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하며 전세계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트위터(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