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엄수된 고(故) 채수근 상병 안장식에서 채 상병의 어머니가 아들 영정 사진을 붙잡고 오열하고 있다. 올 3월 해병대에 입대한 채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군에서 구명조끼도 없이 호우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신현종 기자

지난달 폭우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채수근(20) 해병 상병 사건을 군(軍) 당국이 축소·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박상현 1사단 7여단장을 제외하라는 지시가 해병대 수사단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3일 이런 논란에 대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사실은 없다”고 했다. 채 상병 부모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수근이 희생의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될지, 사고 원인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발 방치 대책이 수립될 수 있는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심정”이라고도 했다.

해병대 수사단은 당초 임 사단장, 박 여단장 등 지휘 라인에 있던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지난 2일 경찰에 사건 자료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군인 사망 사건에 범죄 혐의가 있을 경우 민간 경찰이 수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방부 검찰단은 자료가 넘어간 당일인 2일, 이례적으로 경찰에서 수사 자료를 회수했다. 또 수사를 지휘한 해병대 수사단장 A 대령을 보직 해임한 뒤 ‘집단 항명의 수괴’로 지목하고 수사 대상으로 전환했다. 지난달 31일 당초 군이 예고한 언론 브리핑과 국회 보고가 갑자기 취소된 데 이어 수사 책임자가 징계를 받는 돌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배경을 두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경찰 이첩 보류 지시를 내렸고, 임 사단장과 박 여단장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취지의 지시가 해병대 수사단에 전달됐다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

하지만 국방부 관계자는 “단순 수사 자료만 넘기면 되는데 (과실치사 등) 어떤 혐의를 특정하면 향후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자료를 넘길 때 굳이 안 넣어도 되는 것(혐의)을 넣었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거기에 A 대령이 부사관 등 현장 일선 간부들까지 과실치사로 입건하려고 했던 점에 대해서도 군은 과한 면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A 대령 보직 해임 이유와 관련, 국방부는 수사의 내용이 아니라 ‘항명’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A 대령은 매뉴얼대로 수사해 대외에 공표한 뒤 법률에 따라 경찰 이첩을 하려고 했을 뿐인데, 돌연 이 과정에 군 지휘부가 개입한 것은 석연치 않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