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3 새만금 잼버리대회’ 관련 총력 대응 방침을 밝힌 이후 냉방 인프라 설치와 폭염 대비 물품 지원이 속전속결로 이루어지면서 정상화에 탄력이 붙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는 4일부터 사흘 연속 현장에 머물며 화장실 청소를 하고 ‘불시 검사’에 앞장서고 있다. 총리실 안팎에서 “건국 이래 초유의 사태”라는 웃픈(?) 농담이 나오고 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이라 불리는 국정의 2인자 국무총리가 직접 화장실 청소를 하고 그 청결 상황까지 챙겨야 할 정도로 대회 조직위의 운영이 부실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한 총리는 6일까지 전북 새만금 숙영지 곳곳을 다니며 각국의 잼버리 대원들과 만나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한 총리가 먼저 다가가 영어로 “불편한 점이 없느냐” “나아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4일에는 한 유럽 국가의 스카우트연맹 관계자가 “숙영지 중심부는 상태가 좋은데 외곽이 문제”라고 했다. 그러자 한 총리는 숙영지를 가로질러 외곽으로 이동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남자 화장실에 들어간 뒤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며 “동행한 조직위 관계자들이 적지 않게 당황해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이후 조직위 관계자들을 소집해서는 “지금 우리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저도 오늘 둘러보다 화장실에 남이 안 내린 물을 내리고, 묻은 것도 지웠다”고 했다. 이어 “군대 갔다 온 분들은 사병 때 화장실 청소를 해봤을 것 아니냐”며 “누구에게 시킬 생각만하지 말고 계속 돌아다니고 직접 청소도 하라. 저도 여기 화장실 청소하러 왔다”고 했다. 한 총리는 “마지막 한 사람이 떠날 때까지 전력을 다하라” “특히 화장실은 정말 책임지고 완벽하게 하라”고 했다.
한 총리가 현장에 머문 4~6일 내내 화장실을 불시 점검하고, 부족하면 관계자를 불러 추가 조치를 시키는 일이 반복됐다. 5일에는 조직위와 전라북도(도지사 김관영) 관계자들을 불러 샤워장과 관련된 지시를 내렸다. 그는 “여러분 편의에 따라 인력을 운용하지 말고 참가자들 활동 시간대에 맞춰 운용하라”고 했다. “잼버리 대원들의 활동 시간에 맞춰 샤워하러 오기 전에 청소를 다 끝내 놓으라”는 것이다. 6일에도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박구연 국무 1차장 등을 불러 여러 디테일들에 대해 ‘깨알 지시’를 내리고, “아직도 만족스럽지 않다”며 추가 조치를 독려했다.
한 총리는 이날도 늦게까지 현장에 머무르며 ‘불시 검사’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렇게 총리가 직접 움직이면서 조직위 관계자들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결과를 낳았고, 새만금 숙영지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총리가 직접 화장실을 청소하고 자정까지 화장실 검사에 나서는 울수도 웃을 수도 없는 건국 이래 초유의 상황”이라고 했다. 총리실은 우선은 대회의 성공적인 마무리에 집중한다는 입장이지만, 대회 폐막 후엔 국조실 등을 중심으로 한 감찰과 진상 규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