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룽징에 있는 일제강점기 시인 윤동주(1917~1945)의 생가(生家)를 폐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다롄의 안중근 의사 전시실을 폐쇄한 데 이어 두 번째 조치인데 중국 정부의 정치적 의중이 작용한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중국이 소인배나 갈 법한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관 중지한다”… 중국 룽징시에 있는 윤동주 생가 -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룽징시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생가. 생가 문 앞엔 ‘내부 수리로 인해 참관을 중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소셜미디어

중국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따르면, 윤동주 시인 생가는 지난달 10일 폐쇄됐다. 지난 6월 29일 최희덕 총영사가 이곳을 방문한 직후의 일인데, 현지 당국은 재개방 시점에 대한 언급 없이 ‘내부 수리’를 폐쇄 이유로 밝혔다. 중국은 2012년 룽징 명동 마을에 있는 시인 생가를 복원하면서 입구에 ‘중국 조선족 애국 시인’이라 적힌 비석을 세워 논란이 됐다. 외교부는 “중국 내 보훈 사적지 동향을 점검하고 중 측과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4월에는 뤼순 감옥 박물관 내에서 안중근 의사의 유품과 행적을 소개하는 ‘국제 전사 전시실’이 폐쇄됐다. 2009년 국가보훈처(보훈부 전신)가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 설치한 것으로 안 의사 흉상과 옥중에서 쓴 글씨, 신채호·이회영 등 감옥에 수감됐던 한국 독립운동가 11명의 행적을 담은 유물들이 보관돼 있다. 박물관 측은 ‘시설 수리·보수’를 폐쇄 이유로 들었는데 다른 전시실 10여 개는 정상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한국 독립운동 유적지 두 곳이 동시에 문을 닫은 상황이 된 것이다.

외교가에선 잇단 조치들이 윤석열 정부 들어 악화한 한중 관계와 한·미·일 밀착 등에 대한 중국 정부의 불편한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민식 장관은 6일 페이스북에서 “아무리 이웃 관계가 서운하다 하더라도 지켜야 할 금도가 있는 법”이라며 “덩샤오핑 이래 중국의 모든 지도자가 다름은 인정하되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를 추구했는데 지금은 소인배나 갈 법한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좀스럽고 시시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