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 프린스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대통령실

오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군사 협력 강화 및 3국 간 ‘핫라인’ 개설, 군사 위기 시 협의할 의무, 회의 정례화 등을 규정한 이른바 ‘캠프 데이비드 원칙(Principles)’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내용과 합의 사항을 평문으로 기록하는 ‘공동성명(Joint Statement)’ 외에 별도의 원칙을 만들어 3국의 협력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공동성명을 어떤 원칙하에 일목요연하게 요약해 전문가·언론인들이 파악할 수 있는 주제형 요약이 있을 수 있다”고 했는데, ‘주제형 요약’이 캠프 데이비드 원칙으로 표현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14일(현지 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캠프 데이비드) 회담은 한·미·일 3국 동맹이 군사·경제적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크고 분명한 메시지를 북·중에 전달하기 위해 조율된 것”이라며 “특히 미국 관리들은 한국과 일본이 복잡한 과거를 넘어 단합된 미래를 보도록 설득하기 위해 수개월에 걸쳐 노력해왔다”고 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전개에서 한·미·일 ‘3각(角) 공조’ 체제 강화를 핵심으로 둬왔던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번 원칙 합의를 통해 북핵 대응 및 대중 견제에서 3국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특히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한·일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한 한·미·일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해왔다. 캠프 데이비드 원칙도 미래에 한일 관계가 다시 후퇴하는 일을 방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악시오스는 “중국은 대만을 위협하는 군사훈련, 북한은 미사일 시험 도발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을 더욱 가깝게 만드는 건 바이든 대통령이 구상하는 (아시아) 지역 접근법의 핵심”이라고 했다.

쿼드 수준의 3국 안보 공조 추진하는 바이든 - 13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사진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미 델라웨어주(州) 고든스 폰드 주립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며 손을 흔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8일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군사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AFP 연합뉴스

3국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대해선 명시적으로 공동 대응 방침을 밝힐 전망이다. AP통신은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3국은 탄도미사일 방어와 기술 개발에 대한 군사 협력 확대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역내 공동 위협에 대응하고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3국 안보 협력을 한층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회의에서 3국은 공동 군사훈련 외에 국가안보보좌관 간 정기 회담 개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기 경보 정보 공유 개선 등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중국 견제를 위해 출범한 쿼드(QUAD)나 오커스(AUKUS) 같은 정식 협의체는 아니지만 그 정도 수준의 3국 안보 공조 체계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한일 각국이 공격받으면 협의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번 정상회의에서 3국 상호 방위 공약을 담은 공식 안보 협정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역내 방위 책임에 대한 상호 이해에 각국이 동의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13일 대통령실은 이번 회의에서 ‘중국 견제’ 등을 공동성명에 명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다만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 중요성’ ‘규칙 기반의 세계 질서 수호’ 등의 표현과 함께 이를 위한 3국 협력 강화의 중요성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 문구들은 모두 중국의 증가하는 위협을 견제하는 표현이다. 이와 함께 첨단기술, 공급망 분야 등에서 3국이 협력을 대폭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될 전망이라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15일 화상 회담을 갖고 의제를 최종 점검했다.

한편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크리스토퍼 존스턴 일본 석좌는 전화 브리핑에서 “3국 정상회의의 초점은 (한일 관계 개선 등) 지금까지 이룬 진전을 제도화하고 어느 국가든 미래 지도자들이 협력을 중단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있다”며 “3국 협력을 정례화·공식화·제도화할수록 이를 되돌리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터 차 CSIS 부소장 겸 한국 석좌는 “한·미·일은 중대한 3자 안보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 내용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집단 방위체제까지는 아니더라도 3국의 안보가 긴밀히 연결됐다는 메시지를 담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