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로렐 로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일 3국 정상이 18일(현지 시각)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은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벌어지는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하고 공급망과 신흥 기술 등 경제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3국 협의체를 대거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 후 발표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과 ‘캠프 데이비드 정신(Spirit of Camp David)’,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 등 3건의 문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3국 정상이 군사·경제안보 협력을 인도·태평양 등 글로벌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정권 교체 등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이를 제도화한 것이다. 한·미 동맹, 미·일 동맹이라는 동북아 안보 체제 탄생 이후 70년 만에 등장한 가장 큰 변화로 세계 경제의 32%를 차지하는 강력한 경제·안보 블록이 탄생했다는 의미도 있다.

3국 정상은 이날 한·미·일 정상회의를 최소 연 1회 개최하고 국가안보보좌관(안보실장), 외교·국방·산업장관 간 회의도 연례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국 정상은 또 ‘인도·태평양 대화’와 ‘개발 정책 대화’를 출범시켜 아세안과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개발 협력과 인도적 지원 정책을 조율하기로 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서는 3국 방어 훈련도 매년 실시한다. 3국 정상은 북한에 억류 중인 국군 포로 문제 해결과 자유롭고 평화로운 한반도 통일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도 뜻을 같이하고, 이를 정상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식 발표했다.

3국 정상은 ‘원칙’ 문서에서 “인도·태평양 국가로서 국제법, 공동 규범·가치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계속해서 증진해 나갈 것”이라며 “힘에 의한, 또는 강압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면서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고 했다. 3국은 “우리가 함께할 새로운 장의 시작에 이를 발표한다”며 “우리는 3국이 하나가 될 때 더 강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이 더 강하다는 것을 인식한다”고 했다. 역내(域內)에서 국제법에 근거한 항행(航行), 상공 비행의 자유 등 국제 질서 수호를 위해 3국이 협력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패권 팽창에 한·미·일이 공동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3국 정상은 역내 안보 위협 발생 시 3국이 협의를 통해 공동 대응을 모색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을 문서로 채택했다. 3국 안보 협력 범위를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넓힌 것이다. 3국 정상은 특히 최근 남중국해에서 발생한 필리핀 해경선에 대한 중국 해경의 물대포 발사 문제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3국이 공동의 위협으로 인식하고 함께 견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간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중심으로 한미, 미일 군사 동맹 체제로 작동해온 3국 안보 협력이 포괄적 지역 다자 안보 협력체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미국은 그간 한일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한 3국 간 역내 방위 책임을 명문화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이에 한국 정부는 신중을 기하면서도 북한과 중국, 러시아 밀착에 따른 안보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한·미·일 공조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3국 정상은 이날 남중국해에서 최근 발생한 중국·필리핀 간 충돌과 관련해 각국이 대외적으로 표명한 입장을 거듭 언급하면서 인도·태평양 수역에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지난 5일 중국 해안경비정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군용 물자 보급선을 향해 물대포를 쏜 행위 등을 겨냥한 것이다. 역내에서 국제법에 근거한 항행(航行), 상공 비행의 자유 등 국제 질서 수호를 위해 3국이 협력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패권 팽창에 한·미·일이 공동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3국 정상은 다만 ‘공약’ 문서에서 “우리 3국은 자국의 안보 이익 또는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자유를 보유한다”면서 “이 공약은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미일 상호협력 및 안전보장조약에서 비롯되는 공약들을 대체하거나 침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이 협의에 대한 공약은 국제법 또는 국내법 하에서 권리 또는 의무를 창설하는 것을 의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나라가 침략당할 경우 의무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군사 동맹체나 집단 방위체는 아니란 뜻이다. 그러나 3국 정상의 합의는 견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국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이행과 대(對)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 감소, 우크라이나 지원·재건을 위한 협력도 지속하기로 했다. 3국 정상은 이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공동 대응 능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로 하고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연내에 가동하기로 했다. 또 한·미·일 방어 훈련을 연례화하고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감시도 강화하기로 했다. 북한이 암호 화폐 탈취와 금융 분야 해킹 등을 통해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3국 정상이 ‘한반도 자유통일’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에 뜻을 같이한 것도 주목된다. 이 같은 사안이 3국 정상회의에서 공식 논의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정상회의 의제가 결정되는 데는 자유,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중시해온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에 ‘한반도 자유통일’이 언급되는 것과 관련 “통일을 하더라도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데 3국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3국 정상이 군사훈련 정례화에 합의한 것은 그간 부정기적으로 해온 미사일 방어 훈련, 대(對)잠수함 훈련 등을 체계적으로 정립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위 태세 능력과 확장억제(핵우산)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한·미·일 정상은 이번 회의에서 3국 방어 훈련을 최소 연 1회 등 정례화하는 방침에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