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채 상병에게 “허리까지 입수해 수색하라”고 직접 지시한 대대장 등 중령 2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한다.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과 박상현 7여단장, 채 상병과 같이 수색 활동에 참여한 부사관·위관급 장교 등 초급간부 등 6명은 혐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초 해병대 수사단이 사단장부터 초급간부까지 총 8명을 모두 과실치사 혐의자로 조사했지만, 국방부가 이를 재검토해 2명으로 압축한 것이다.
다만 국방부 조사본부는 초급간부 2명을 제외한 사단장, 여단장, 중대장 등 4명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를 특정하지 않고 이들과 관련된 사실 관계 등을 조사한 기록 일체를 경찰에 송부하기로 했다.
야권에서는 “국방부가 사단장 등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며 축소된 조사 결과를 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여권은 “안전사고 책임을 중사 등 초급간부에까지 물을 정도로 부실했던 조사 결과를 바로 잡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21일 채 상병 사망 사건 초기 조사를 재검토한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지난달 19일 채 상병 사망 사흘만인 22일 해병대 수사단이 조사에 착수해 그달 30일 장관에게 보고한 내용을 조사본부가 재검토한 결과다. 조사본부는 사망의 원인 분석, 사망사건의 보완조사 필요성,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의 혐의자 선정에 대한 적절성 등을 중점으로 살펴봤다고 했다.
조사본부는 해병대 소속 2명의 대대장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조사본부는 “장화 높이까지만 입수 가능하다는 여단장의 지침을 위반하여 허리까지 입수를 직접 지시한 2명(대대장)은 범죄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사본부는 그러면서 “수색활동과 관련된 지휘계선에 있거나 현장통제관으로 임무를 부여받은 4명은 문제가 식별되었으나, 일부 진술이 상반되는 정황도 있는 등 현재의 기록만으로는 범죄의 혐의를 특정하기에 제한됐다”고 했다. 이들 4명은 임성근 사단장, 여단장, 중대장 등을 가리킨다. 임 사단장, 여단장 등은 지휘계선에 있지만, 현 사건 조사만으로는 과실치사 혐의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들 4명도 모두 과실치사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초기 조사 보고서에 포함시켰으나 조사본부는 이들에게 과실 책임을 당장 묻기는 현재로선 제외된다면서 경찰에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날 해병대 수사단의 초기 조사와 결과가 달라진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조사본부는 초기 조사에 대해 ①사고현장에 대한 분석과 현장감식 결과 등이 포함된 실황조사 기록이 충분하지 않았으며, ② 안전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안전관리 훈령에 따른 안전시스템 작동 여부를 확인한 기록이 없었고, ③ 당시 현장에서 실제 작전통제권한을 보유했었던 육군 50사단의 지휘관계 등에 대한 기록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등 보강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대 범죄 이관 이후 발생한 변사사건 중 경찰에 이첩했었던 다른 사건의 이첩 소요기간이 최소 1개월에서 최대 4개월이었던 것에 비해, 해병대수사단은 14일 만에 사건조사를 종료했다”고 말했다.
조사본부는 “직접적인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대대장 2명은 인지통보서를 작성하여 경찰에 이첩하고, 문제가 식별된 4명은 각각의 사실관계를 적시해 해병대수사단에서 이관받아온 사건기록 일체와 함께 경찰에 송부 후 필요한 조사가 진행되게 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