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5월 16일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 지도하는 모습./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이 24일 제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했지만, 석달 전인 지난 5월 31일 제1차 발사에 이어 또 실패했다. 김정은의 역점 사업인 정찰위성 발사가 2차례 연속으로 실패하면서 다음 달 9일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9·9절)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를 띄우려던 북한의 계획은 빗나가게 됐다. 이날 오전 3시 50분 발사 시점은 먹구름이 잔뜩 끼고 비바람이 거세게 불던 상황이었다. 기술력도 부족하지만 9·9절을 의식해 발사를 서두른 탓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오전 3시 50분 군사정찰위성을 탑재한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지 약 2시간 반 만에 실패를 인정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6시 15분 보도로 “국가우주개발국은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 운반 로케트(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제2차 발사를 단행했다”며 “신형위성운반로케트 천리마-1형의 1계단(단계)과 2계단은 모두 정상비행했으나 3계단 비행 중 비상폭발 체계에 오류가 발생해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언급한 비상폭발 체계 오류는 로켓 발사 후 자동폭발을 유도하는 장치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신은 “국가우주개발국은 해당 사고의 원인이 계단별 발동기들의 믿음성과 체계상 큰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한 후 오는 10월에 제3차 정찰위성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만약 북한의 발표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난 1차 발사 때와는 달리 로켓 추진체 문제로 실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이른 시일 내 제3차 발사를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지난 5월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을 발사하고 있다. 이 로켓은 엔진 고장으로 서해에 추락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발사 후 2시간 30여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이 언급한 ‘비상폭발체계’는 비행종단시스템(Flight Termination System)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우주에 올라간 후에 3단 로켓에 이상이 발생해서 의도적으로 지상 명령에 의해 폭발시킨 것이 아니라, 기술적 오작동이 발생해 의도치 않게 비상폭발체계가 폭발하여 3단 로켓이 폭발하였고, 동시에 3단에 장착된 위성도 소실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10월에 바로 3차 발사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1, 2, 3단 로켓의 작동 및 단분리 등에는 문제가 없고, 텔레메트리 데이터 수신을 통해 비행폭발장치의 문제를 확신하기 때문에 바로 재발사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했다.

미사일 전문가인 장영근 전 항공대 교수. 현재 안보 싱크탱크 KRINS의 미사일센터장을 맡고 있다. /조선일보 DB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 정찰위성 발사를 두 차례 연속 실패해 북한은 국제적 망신을 당했지만, 직전 발사 실패의 원인이었던 로켓 엔진 결함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한 것으로 보여 기술적인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북한은 지난 22일 일본 정부에 이달 24일 0시부터 3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했다. 발사 예고 첫날 새벽에 전격 발사했지만,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북한이 3개월 만에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다시 도전한 것은 9·9절에 앞서 축포를 쏘아 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북한은 ‘민간 무력 열병식’ 개최를 예고하는 등 75주년 9·9절 준비에 신경을 써왔다.

북한이 서둘러 정찰위성 발사를 단행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기념하는 날인 8월 25일 ‘선군절’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 입장에서 선군절을 하루 앞두고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해 아버지의 유훈을 관철하고 싶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치적으로 75주년 9·9절 축포 용도이면서 선군절 63주년을 맞아 김정일의 위성정복 유훈 관철 의도도 내포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 5월 31일에 이어 이번에도 신속하게 발사 실패를 인정한 것은 정상적인 인공위성 발사라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어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1차 발사 때도 약 2시간 반 만에 “천리마 1형은 정상 비행하던 중 1계단 분리 후 2계단 발동기(엔진)의 시동 비정상으로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에 추락했다”며 실패를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 제재 결의를 통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추진체 발사를 금지하고 있어 정찰위성 발사도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인공위성 발사에 이용되는 추진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이 적용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한미 연합사령부의 전시지휘통제소인 ‘CP탱고’(Command Post TANGO)를 방문해 폴 러캐머라(맨 오른쪽) 연합사령관과 함께 작전본부로 이동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연합사 CP탱고를 방문한 것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 핵 사용을 상정한 강력한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24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도발 직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안보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즉시 보고한 뒤 오전 6시부터 조태용 안보실장 주재로 회의를 개최해 합참의장의 상황 보고를 공유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NSC 상임위원들은 회의에서 “이번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북한의 어떠한 발사도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강력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