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8일(현지 시각) 슬로베니아에서 탄야 파욘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진 외교부 장관은 28일(현지 시각) “한국은 당연히 북한과의 통일을 희망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미·일 밀착 속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디커플링은 가능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며 “한 나라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디리스킹이 실용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이날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2023 블레드 전략포럼’에 패널로 참석해 ‘남북 통일은 잃어버린 꿈(lost dream)이 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남북은 하나의 나라였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비핵화를 하면 더 좋은 미래가 있다는 점을 계속해서 알리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통일의 전제 조건으로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를 제시하며 “북한이 도발·위협을 포기하고 비핵화를 하면 한·미·일이 거대한 스케일의 조력을 제공하고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할 것”이고 했다.

박 장관은 이날 한·미·일 정상이 만나 3국 협력을 제도화 한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설명하는데 발언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사회자가 한중관계에 대한 전망을 묻자 “한·미·일 협력과 한중 우호는 결코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국과 상호존중에 기반해 성숙한 한중 관계를 발전시켜나가고 연말 한·일·중 정상회의도 추진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은 가능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면서도 “아마도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디리스킹(de-risking)이 실용적인 해법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대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를 언급하며 우리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장관은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공급망 교란 등 세계가 다양한 위기에 직면한 상태에서 다자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은 민주주의, 인권, 자유시장 같은 공통의 가치에 기반해 국제사회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미·중 경쟁 구도 속 기능 부전 상태인 유엔 안보리를 언급하며 “내부 국가들 간 시각차가 있는데 10개 비상임이사국이 이럴 때 일수록 토론을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다자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은 2024~2025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수임(受任)에 성공해 미·일과 함께 활동하게 됐다.